국내최대 규모의 설정액(3조7600억원)을 자랑하는 '삼성그룹적립식주식 1'(이하 삼성그룹펀드)이 올들어 지난해 하반기 잇따라 터진 악재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2월하순 "이제는 과거의 정치사회적 이슈보다는 올해와 향후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며 "시장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실적)을 반영하게 돼 있어 악재들이 충분히 반영된 현시점이 삼성그룹펀드의 가입적기"라고 주장했다.
삼성그룹펀드는 2004년11월1일 설정이후 88.7%의 누적수익률을 자랑한다(2월19일기준). 일반 주식형펀드와 달리 삼성그룹 계열사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코스피200같은 벤치마크는 없다.
◇ 비자금, 기름유출 악재 반영 완료
삼성그룹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비자금과 태안기름 유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시장을 밑도는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11월초부터 12월말까지 무려 11.7%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8.1%)보다 4.6%포인트 더 많이 하락한 것.
특히 비자금 사건과 직접 관련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증권은 펀드수익률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이 폭로된 지난해 11월5일 8만7500원이던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해말 7만2000원으로 17.7% 하락했다. 삼성증권도 같은기간 20.7%하락했다. 또한 기름유출사건의 당사자인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2월7일(4만2200원)부터 올 1월30일(2만5400원)까지 39.8%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다.
백 팀장은 "이들 종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적지 않았다"며 "내부회의를 통해 이들 종목의 펀더멘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아래 주가급락기간에도 편입비중을 축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소나기를 만났던 삼성그룹펀드는 올들어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등 IT종목의 강세로 시장대비 양호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삼성그룹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6.1%, 반면 코스피지수는 -10.7%를 기록중이다(2월19일 기준). 같은기간 삼성전자는 3.8%, 삼성엔지니어링은 8.6%로 시장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 팀장은 "지배구조 리스크만 놓고 본다면 삼성그룹이 국내상장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비자금특검에 따른 주가하락은 일시적이고 결국은 실적에 따라 주가가 반등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전자 각각 9%대 편입
삼성그룹펀드는 삼성그룹 계열사 17개사만 집중투자한다. 당초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14개종목으로 시작했다가 크레듀 삼성카드의 추가 상장과 제일모직이 에이스디지텍을 인수하면서 모두 17개사로 확대됐다.
이들 투자대상 종목은 IT(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테크윈 에이스디지텍) 금융(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화학(삼성정밀화학 제일모직) 내수(삼성물산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크레듀) 중공업(삼성중공업) 등이다.
이들 기업을 과거 실적과 향후 업황, 유동성 등을 고려해서 S등급과 A B C D 등 5개 등급으로 나눠 편입비중을 조정한다. S등급은 편입비중이 9%가 넘고 D등급은 1%전후다.
한국운용이 밝힌 2007년12월말 현재 삼성그룹펀드의 최대 편입종목은 삼성화재다. 전체 펀드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삼성물산(9.6%) 삼성전자(9.3%)가 9%대의 편입비율을 기록중이다. 이어 삼성증권(8.7%) 삼성전기(8.2%)가 뒤를 잇고 있다. 기름유출사건으로 주가가 하락한 삼성중공업은 6.4%로 줄어들었다. 편입비중이 가장 낮은 종목은 코스닥 상장업체인 크레듀(0.9%)와 에이스디지텍(0.8%) 등이다.
백 팀장은 "보험업계의 실적개선으로 업계 대장주인 삼성화재의 실적이 2008년에도 계속 호전될 것으로 보고 편입비중을 늘렸다"며 "IT업종과 증권업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집중투자했다"고 밝혔다.
◇ 시장보다 변동성은 다소 높아
IT 금융 내수 화학업종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특성상 삼성그룹펀드의 변동성은 시장보다 높게 나왔다. 은행 철강 기계 유통 등 시가총액 상위업종이 없어 분산투자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펀드평가회사인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삼성그룹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 변동성은 29.1%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코스피지수(25.3%)와 주식펀드평균(27.4%)보다도 더 높았다. 또한 코스피지수에 대한 민감도를 보여주는 베타계수(시장=1)도 1.1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보다 등락폭이 크다는 의미다(2월19일 기준).
안상순 모닝스타펀드평가팀장은 "삼성그룹펀드는 시장전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산투자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비자금과 기름유출 등으로 주가급등락이 심했던 것도 변동성이 높게 나온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안 팀장은 그러나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대부분 업종 대표주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집중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은 양호하게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2월20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펀드가 부담한 위험을 조정한 수익률(샤프지수)는 0.1218로 주식형펀드 평균 0.1203를 소폭 상회했다.
◇ 올해 IT업종 비중 높인다
삼성그룹펀드의 올해 주력업종은 단연 IT다. 12월말현재 삼성그룹펀드의 IT비중은 35.3%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18.4%)보다 2배가량 높은 편이다.
백 팀장은 IT업종을 높인 배경에 대해 "LCD와 핸드폰단말기 디지털카메라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당히 좋은 실적을 안겨 줄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올해 경쟁업체들과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이겨 시장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경우 올해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단아래 지난해말 이미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친 상태다.
백 팀장은 또한 증권과 화재 등 금융업종도 지난해보다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백 팀장이 개별기업의 실적개선보다 더 크게 기대하는 것은 비자금 특검이후 삼성그룹의 시장친화적인 조치다. 2002년 대선자금과 지난해 비자금 사건 등으로 삼성그룹이 지금보다 훨씬 시장친화적으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겠느냐는 것. 특히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백 팀장은 "삼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데는 '특혜'시비 등이 제기될 수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어떤 식으로든지 화답한다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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