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유가, 100弗이어서 부담?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02.20 17:55

상품가격 급등 뒤 신흥시장 성장·위험자산 선호

공중파 TV뉴스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수입물가 급등 소식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거의 10년만에 최고이니 중요한 뉴스임은 분명하다. 여기에 할인점의 라면 코너의 빈 모습이 오버랩된다. 라면 가격 인상으로 '사재기 광풍'의 현장이다.

이웃나라에서도 인플레이션이라는 고급 언어로 표현된 물가 상승이 문제다. 중국을 뒤덮은 반세만의 폭설로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이어 CPI까지 고공행진으로 추가 긴축 우려가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 유가가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를 처음 넘어섰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엎친데 덮친 격', '산넘어 산', '첩첩산중', '설상가상'이다.

유가가 인플레이션에서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고 하지만 유가 급등은 증시에 부담스러운 뉴스다. 특히 최근 글로벌 증시의 조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건으로 미국의 경기회복이 꼽히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은 경기 진작을 위한 금리정책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조정 이유의 한 축인 중국의 긴축 우려를 더욱 높이기도 한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당초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미국경제도 침체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수입물가 상승률이 가속화되고 있고 생산자 물가 및 생활물가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경기전반에 걸쳐 확산되면 향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경기 추가 악화가 경기 위축의 폭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번 유가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에서 불거진 공급 측면의 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유가 상승은 중국 등 신흥시장의 고성장과 위험자산 선호를 의미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이유가 중국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의 성장 지속은 앞으로도 원자재 수요 증가를 가져와 유가 상승 등을 유발할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유가 상승은 글로벌 증시의 상승과 궤를 같이 했었다. 유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지만 증시는 꺾이지 않았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라는 신흥국가의 원유소비 증가가 주원인"이라며 "유가 급등은 물가상승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유가 상승의 또 다른 측면은 '투기적 수요'때문이다. 그동안 신용경색으로 안전자산으로 도망갔던 글로벌 유동성이 위험자산인 원자재로 이동했다는 것은 신흥시장 성장에 긍정적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현물선호로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등 현물시장이 오르고 있다"며 "이들 시장이 급등한다는 것은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고 상품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장중 내내 눈치만 보던 외국인이 동시호가 때 비차익 거래를 통해 주식을 사들였다. 43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9일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물론 하루만 두고 판단할 사항은 아니지만 일부 외국인은 다소 위험(?)하지만 한국 주식을 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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