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문턱 못넘은 '작은 정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02.20 17:21

"단군이래 최대 개편"? 결국 '용두사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작은 정부' 구상이 결국 여의도 문턱을 넘으며 헝클어졌다.

당초 18부 4처인 정부 조직을 13부 2처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최종 결과물은 15부2처가 됐다. 여기에 특임장관 1명을 포함하면 국무위원은 총 16명이다. 장관 자리가 고작 2개 주는 셈이다.

"단군 이래 최대 개편"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작업치곤 끝이 좋지 않다. 용두사미다. 물론 이 당선인측은 "숫자보다 기능별 재편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안위하고 있다. 기능별 재편의 핵심인 해양수산부 폐지를 관철시킨 데 대한 만족감도 보인다.

그런데 이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나머지 조직 개편 내용을 뜯어보면 기본 구상과 어긋난 게 대부분이다.

우선 부활하는 통일부와 여성부가 좋은 예다. 두 부처 모두 규모가 작긴 하다. 클 틀에서 볼 때 존폐 여부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사실. 하지만 이들 부처의 폐지 이유가 '기능별 재편'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간 이 당선인측은 "여성부의 기능은 전 부처에 다 있는 것" "전 부처가 통일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런 주장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이 당선인측이 사실상 일부 부처를 '흥정용'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질적인 인원 감소 분야였던 농촌진흥청 등 에 대한 개편을 미룬 것도 '후퇴'로 꼽힌다. 이 당선인측은 농촌진흥청,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산립과학원 등 3개 기관을 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하면서 연내 약 4900억원 정도의 재정 절감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원점으로 돌아갔다.

공무원 감축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었다. 발표는 '작은 정부'로 했지만 결과는 실제는 "현 정부'가 된 셈이다. 이뿐 아니다. 정부 조직 개편의 노림수였던 위원회 폐지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참여정부를 '위원회 공화국'으로 비난했던 이 당선인 입장에선 그 '위원회 공화국' 체제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정치적 쟁점 사안인 과거사 관련 위원회는 그렇다 쳐도 대통령 직속 19개 위원회중 최종 폐지키로 한 위원회는 8개에 불과하다. 당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위원회 등 3개 정도만 남기겠다던 '공언'은 사라졌다. 농어업농어촌특위, 국가균형발전위 등은 존속한다.

이런 후퇴를 두고 결국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살아남게 된 곳의 키워드를 보면 '여성' '농촌' '지역' 등으로 요약되기 때문. 표 되는 분야는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작은 정부는 총선 이후 18대 국회로 미뤄졌다. 정치권 한 인사는 "작은 정부 공약은 이해가 가지만 작은 정부를 만든 뒤 새 정부를 시작하겠다고 한 것은 과욕이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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