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손학규의 신선한 결단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2.20 17:04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이 막판 극적인 타결로 끝났다. 4.9총선을 앞두고 극단적인 기싸움으로 번졌던 이번 협상이 양쪽 모두 자멸하는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까지 치닫지 않고 끝난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비록 지루한 협상으로 인사청문회가 늦어져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 장관의 어색한 동거가 상당기간 불가피하지만 말이다.

결단력을 발휘해 먼저 용감하게 핸들을 돌린 것은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다. 밤새 고민했는지 까칠한 얼굴로 20일 긴급기자회견에 나선 손 대표는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해양수산부 폐지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여야가 협상중에 조각명단을 발표한 이명박 당선인의 자세는 오만과 독선의 화신이자,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상적인 정부출범을 위해 결단하고자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야 대치국면에서 통상 파국으로 치닫던 전례를 생각하면 손 대표의 결단은 평가받을만 하다. 물론 해수부 유지를 고집해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을 경우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첨예한 대치상황에서 한발 물러선 결단은 우리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신선한 모습이다. "솔로몬의 지혜처럼 사랑하는 자식을 내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는 말에 담긴 진심이 읽힌다.


국회 합의에 따라 중앙부처의 숫자는 18부4처에서 15부2처로 줄어들었다.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통일부와 여성부가 살아나 당초 13부2처로 만든다는 구상에서 후퇴한 것이다. 고작 3개부서를 줄이려고 두달 가까이 이 난리였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상이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 의석분포상 당선인 의지대로 정부조직 개편안을 끌어내기에는 애당초 무리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공부문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 등 거대부처의 통폐합은 그 첫 단추일 뿐이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요소요소에 규제의 전봇대를 박아 개혁을 가로막는 공직사회의 개혁은 피할수 없는 시대의 과제다. 민심은 총선용 표계산보다는 공공부분 개혁에 누가 진심을 보이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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