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박근혜 의원 등 '名博' 수여 왜?

머니투데이 최태영 기자 | 2008.02.20 16:18

전자공학 박 의원, 의대 이길여 회장..'국가 발전기여 vs 정치적 고려' 평가 교차

KAIST가 박근혜(56) 한나라당 의원 등 2명에게 여성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키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KAIST에 따르면 오는 29일 열리는 졸업식 때 박 의원과 이길여(75) 가천길재단 회장 등 이공계 출신 여성지도자 2명에게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KAIST는 지난해 처음으로 박병준 뷰로베리타 특별자문위원, 파팔라도 메디텍(MEDITECH) 회장 등 4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번 여성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개교 이래 처음이다.

이공계 출신 여성 지도자를 명예박사로 선정한 것과 관련, KAIST 한 관계자는 "활발한 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국내 여성 인사를 선정하는 데 초첨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공계 여학생들에게 사회적 역할 모델과 미래 리더로서의 비전 등을 제시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서강대 공대(전자공학 학사) 출신으로 잘 알려진 박 의원은 육영재단과 각종 장학사업을 통해 젊은이들을 후원하고 격려해 왔으며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대표 등으로 재임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근본은 교육'이라는 신념 아래 교육과 관련된 현안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평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이길여 회장도 의료법인 '인천길병원'. '가천의과대학' 등을 설립하고, 의료취약지 병원 설립, 무의촌 무료진료봉사 등 적극적인 의료지원 활동을 펼친 공을 인정받았다. 또 한국여성재단에 '이길여 기금'을 조성, 여성의 권익신장과 모성보호 활동에도 앞장서 왔다는 평이다.

임용택 홍보국제처장은 "지난해 명예박사 수여자는 대부분 자수성가한 과학기술인에 중점을 뒀었지만 올해는 여성 과학기술인 중 사회봉사활동 등의 기여도를 가장 큰 기준으로 설정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 명예박사 학위 수여자 선정 과정에서 KAIST 측이 박 의원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명예박사 수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배경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여기에 KAIST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과학기술부 폐지 방침으로 교육과학부나 지식경제부 등 어느 부처로 이관되는 것이 학교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인 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특히 박 의원의 명예박사 수여 선정과 관련, 최근 KAIST가 과기부 폐지 방침에 따라 교육과학부로 소관부서가 이관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국회 과기정위에서 활동한 박 의원을 적극 추천해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AIST가 박정희 정권 시절 설립된 점을 감안, 이공계 출신이며 사회봉사 활동 등의 측면에서 선정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는 점도 적극 고려돼 박 의원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런 대의명분을 챙길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임용택 처장은 그러나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적 의도와는 정반대다. 철저히 여성 과학기술인에만 치중해 선정하기 위해 충분한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도 "선정에 앞서 '이공계 출신 여성 과학기술인'으로 테마를 정했을 뿐 정치적으로 학위 수여자를 선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점차 중요해지는 여성 인력의 활성화 모델 및 학교의 위상에 걸맞는 인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테마가 변경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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