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 고공비행, 세계경제 최대 복병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2.20 11:38

고상품가 인플레 유발, 인플레는 다시 상품가 끌어올려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감가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것을 비롯, 상품(원자재) 가격이 고공 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상품의 범주에는 곡물, 에너지, 금속 및 비철금속 등 대부분의 원자재가 포함된다.
상품 가격의 고공 비행은 글로벌 경기 둔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도 등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국가들의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투기 수요, 약달러도 상품 가격 고공 비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품 가격 급등세가 지속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상품에 대한 헤지 투자를 유발해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이는 또 다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굴레를 낳고 있다.

치솟는 상품 가격은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경기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상품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상당 기간동안 경제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 상품 가격 지수, 일제 사상 최고

19일(현지시간) 원유, 백금, 대두, 휘발유 등 주요 상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데 영향받아, 주요 상품 지수 역시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UBS-블룸버그 상품지수가 전날보다 3.1% 오른 1447.015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다우존스-AIG 상품지수 역시 전날보다 2.8% 오른 205.254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

이처럼 상품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자 돈냄세를 맡는데 귀신 같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세력들은 대거 상품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투기세력들은 산업적으로 원자재를 소요하기보다 오로지 차익을 남기기 위해 투자하고 있어 시장을 왜곡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투기세력들의 시장 참여로 산업 생산을 위해 원자재를 수요하는 일반 기업들마저 심각한 원자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 투기세력, 상품 시장 왜곡

보이드 크루엘 아라론 트레이딩 애널리스트는 "지난달부터 투기세력들이 다시 상품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면서 "투기세력들은 기존 랠리에 비교적 소외돼 있던 저평가 상품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상품 시장을 주식시장과 같은 '바게인 헌팅'(bargain hunting)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펀더멘털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투기 세력 준동은 풍작을 기록하고 있는 일부 상품 가격 마저 끌어올리고 있다. 사상 최고 풍작을 기록한 코코아 가격이 올들어 22% 이상 급등한 점은 투기세력들의 '바게인 헌팅'이 코코아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의 환경친화연료인 에탄올 전환 수요도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설탕 가격은 에탄올 수요 증가로 올들어 23% 올랐으며, 옥수수는 13% 상승했다.

필 플린 아라론 트레이딩 애널리스트 역시 "상품 시장은 수요 폭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경제둔화는 더 이상 안중에도 없고, 원자재 공급 상황에 맞춰 수요하는데에만 급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상품 가격 고공비행, 인플레 우려 고조


상품 가격 상승세로 인해 전세계 인플레이션 우려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7.1%에 달해 11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파키스탄의 1월 CPI 상승률 역시 12%를 기록, 33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상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자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 헤지 차원에서 다시 상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율을 치솟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 가격 상승세는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는 미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할 처지에 놓을 수도 있다. 자칫하면 미국 경제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의 국면에 빠질수 있다.

◇ 인플레 헤지 투자로 상품 가격 더욱 상승

윌리엄 오닐 로직 어드바이저스 파트너는 "투자자들도 인플레이션 급등하자 실물 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원자재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는 본래 위험보다 저평가돼 있으며, 사람들이 실물 자산을 갖기를 원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투 프러라지 누웨이브 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상품은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수 있는 투자 도구중 하나"라면서 "상품 시장으로 막대한 자금이 쏟아들어오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도 원자재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에반 스미스 US 글로벌 인베스터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뿐만 아니라 달러 약세에 헤지를 위해 상품을 매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달러 약세도 상품 가격 상승 원인

그는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상품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면서 "상품 가격은 대부분 달러로 매겨지기 때문에 달러 가치에 매우 민감하다"고 밝혔다.

달러는 미국 연준이 최근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해 말 1.40달러 선까지 떨어진후 금리 인하 효과로 1.4725달러로 치솟았다.

토니 크레센치 밀러 타박&코 수석 채권 투자전략가는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으며, 이는 상품 시장에 후폭풍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프러라지는 "중국과 인도가 전세계 주요 산업 생산국으로 부상하면서 상품 수요 급증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사람들은 거품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틀린말"이라고 지적했다.

아라론 트레이딩의 브로커인 제이미 메나헴은 "상품 시장 수익률은 올해 채권이나 주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제가 나쁠 수록 펀드들은 상품 시장으로 돈을 넣는 비중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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