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을 한 권 가지고 싶었어요. 짧은 글이라도. 책을 마지막으로 수정하면서 읽는데, 남편에 대한 사랑이 제가 가진 것보다 많이 표현된 것 같아, 그걸 지키지 못할까봐, 인생이 왜 이러나 싶어, 눈물콧물이 쏟아졌어요. 사업은 잘 되거든요. 근데..."
목이 메어 허미숙(가명, 40) 수미용실 대표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남편과 아들은 '말판증후군'을 앓고 있다. 손, 발, 수정체 등 신체 장기가 길어지는 선천적 희귀병이다. 2003년, 남편이 직장에서 쓰러진 후 지금까지 허 대표는 실질적 가장이다.
그의 말을 듣던 이들이 그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 없이 격려를 보냈다. 대부분 비슷한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이었다. 19일 정오, '무지개가게(갤리온 펴냄)' 출판기념회가 열린 서울 사회연대은행 회의실의 풍경이다.
'무지개가게'란, 사회연대은행이 창업을 지원한 점포에 붙은 이름이다. 사회연대은행은 2003년부터 저소득여성가장, 장애인, 저신용자 등 금융소외층을 위해 마이크로크레디트 즉 빈곤 해소를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5년여 동안 507개의 무지개가게가 탄생했다. 그간 지원업체수는 재지원을 포함해 561곳, 지원 받은 인원은 1000여명에 이른다.
지난주에 출간된 에세이집 '무지개가게'는 그 중 20명의 사연을 담았다. 무지개가게 274호점 하얀나라출장세차의 김아무개(60) 대표는 "은행 문턱이 얼마나 높으냐"며 "담보도 없는 처지라 사업을 그만 둬야 할 형편이었는데 사회연대은행 덕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말했다.
부부가 함께 개업한 인아무개(51) 소림 대표는 그동안의 사업 성과를 자랑해 참석자들을 기쁘게 했다. "개업 2년만에 근처 37군데 자장면집 중 랭킹 1위가 됐다"는 것이다. 멀리서 자장면 먹으러 차 타고 왔다는 소리도 듣는단다.
이만큼 일궈내기까지 이들 부부는 개업 후 매일 새벽 3~4시에 잠들고 7~8시에 일어나, 식사도 걸러가면서 일했다. 인 대표는 "사회연대은행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자식들한테도 이런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성희 사회연대은행 RM(Relationship Manager)은 "항상 많은 업체를 매일매일 만나면서 당면과제만 보고 달리다 보니 (지난 5년 동안) 우리 RM들이 최근 절대적으로 심신이 많이 지쳤다"고 고백했다.
한명한명에게 원고료를 전달하며
깊이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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