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단기간에 그친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2.20 08:09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곧 하락 예상

유가가 장중 배럴당 100.1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는 사상처음으로 종가 기준으로도 1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경기 침체 논란으로 잠잠해지던 유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가는 지난해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더불어 시장에 영향을 미친 양대 축이었다.

신용경색에 따른 경기 침체 위기가 위력을 더하면서 유가에 대한 우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공급 우려로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 유가 급등, 단기간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유가 급등이 글로벌 원유 수요 부진으로 인해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유가 급등에 영향을 미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 제기는 전세계적인 원유 수요 감소 전망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3월 인도분 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4.51달러(4.7%) 급등한 배럴당 100.01달러로 마감했다.

마감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장중 최고치 역시 100.10달러를 기록, 지난 1월 3일 기록한 100.09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유가는 시간외거래에서 다시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마이클 피츠패트릭 MF글로벌 원유 애널리스트는 "이날 시황은 수요 감소 보다는 공급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러한 영향으로 결국 유가는 지난달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유가는 지난 7일 배럴당 88.11달러를 기록한 이후 10달러 이상 급등했다. 7일 거래일 동안 6일이나 오르는 무서운 상승세였다.

필 플린 알라론 트레이딩 부사장은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원유 시장은 전세계 경기 둔화가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세가 완전히 사그러 드는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 OPEC, 감산 못 나설 것

그러나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유가 급등은 있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유가 상승세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에드워드 메이어 MF글로벌 애널리스트는 "원유 시장은 유가를 현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에도 애를 먹었다"면서 "유가가 현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매우 벅찰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이어는 "최근 유가 급등세를 유발한 요인은 단기적인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유가는 다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을 비롯한 일부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높은 유가가 이러한 감산을 생각보다 쉽지 않게 만들 전망이다. 보통 OPEC 회원국들은 주어진 쿼터보다 더 많이 생산을 하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산할 경우 이득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을 더욱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WTRG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OPEC이 감산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유가 급등에는 미국의 일부 원유 정제시설의 생산 차질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별다른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한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역시 엑손 모빌을 비롯한 미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베네수엘라가 미국 원유 수출을 중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라시아 그룹의 패트릭 에스테루에라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에 대한 수출을 중단할 경우 주요 재정 수입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원유 수요 감소, 유가 끌어내린다

원유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원유 수요가 더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청(EIA)는 최근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EA는 올해 일일 원유 수요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1.9% 늘어난 8760만배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직전 예측보다 하루 20만배럴 줄어든 것이다.

EIA 역시 경기 둔화 전망으로 올해 전세계 일일 원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14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지난 1월 예측보다 하루 20만배럴 줄어든 수치다.

WTRG의 윌리엄스는 "원유 수요는 경제 성장률 둔화로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유 수요가 둔화되면 유가도 지금과 같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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