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MHz가 뭐길래"..이통3사 '동상三夢'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 2008.02.19 16:56

20일 SKT-하나로 인수 최종 결정 앞두고 3각 공방 치열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한 20일 정보통신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황금주파수'인 800MHz 주파수 대역을 놓고 동상삼몽(同床三夢)에 빠져있다.

800MHz 주파수를 둘러싼 3사의 공방전은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SK텔레콤LG텔레콤은 800MHz 주파수 로밍 허용여부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그동안 LG통신계열 3사와 공동 행보를 보였던 KTF가 로밍을 반대하며 800MHz 주파수의 조기 재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를 계기로 그동안 이통시장의 최대 논쟁거리인 800MHz 주파수를 놓고 이통 3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LGT, 800MHz로밍 '만병통치약'?

LG텔레콤은 800MHz 주파수 로밍에 말그대로 목숨을 걸고 있다. 그만큼 LG텔레콤 입장에선 800MHz 로밍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로밍은 이통사가 다른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자사가 기지국을 설치하지 않은 지역에 있는 다른 이통사의 기지국을 통해 자사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LG텔레콤은 그동안 같은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인 KTF과 로밍계약을 맺고, 960개의 기지국을 빌려썼다. 하지만 KTF가 3세대(G)서비스 'SHOW'에 올인전략에 따라 2G 기지국을 3G로 전환하면서, LG텔레콤은 오는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KTF에 빌려쓰던 기지국을 자체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LG텔레콤은 지난해 110개 기지국을 설치했고, 올해 250개 정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KTF와 로밍 계약완료에 따라 2G에도 투자를 해야할 뿐 아니라 올 1분기 이후부터 시작하는 3G서비스인 리비전A 투자도 해야 한다. 이런 투자비가 LG텔레콤으로선 부담스럽다.

SK텔레콤의 800MHz 주파수를 로밍할 기회만 생긴다면, LG텔레콤은 투자비 부담이 덜어질뿐 아니라, 800MHz 통화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이를 이용한 마케팅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는 '일거삼득'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나아가 취약했던 해외로밍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물론 LG텔레콤이 800MHz 로밍을 하려면 800MHz와 1.8GHz 주파수를 모두 지원하는 듀얼밴드폰을 시판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LG텔레콤 가입자들이 800MHz의 통화품질을 보장받으려면 듀얼밴드폰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LG텔레콤은 "원칩기술 등으로 소비자에 단말기 구입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현재 LG텔레콤은 2종의 듀얼밴드폰을 시판중이다.

LG텔레콤은 궁극적으로 이번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를 계기로 지난 수년간 거절당했던 800MHz 로밍만은 반드시 얻어내겠다는 각오다. 3G 동기식 2GHz 주파수를 반납하면서 유일하게 1.8GHz 주파수만 갖고 있는 LG텔레콤 입장에선 로밍을 통해 800MHz 주파수에 발을 걸쳐 놓는 것이 어느 면에서나 유리하다.

◇SKT "로밍? LGT 마케팅 이용당한다"


SK텔레콤이 800MHz 로밍에 대해 '절대 불가'를 선언하고 있다. SK텔레콤은 LG텔레콤이 KTF 기지국 로밍을 하면서 "KTF와 통화품질이 같다"고 선전했던 전례를 들어, "로밍을 허용했을 때 LG텔레콤이 이를 마케팅에 이용할 것이 볼보듯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800MHz 로밍을 허용하면, LG텔레콤이 일선 대리점을 통해 '통화품질은 SK텔레콤과 똑같다. 대신 가격을 저렴하다'는 식의 마케팅 공세를 펼칠 것"이라며 "이를 뻔히 아는데 어떻게 로밍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지난해말 LG텔레콤 일선 대리점의 이같은 마케팅 활동을 놓고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SK텔레콤은 하나로 인수에 따른 경쟁제한성과 800MHz 주파수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로 인수에 따른 일정 수준의 출혈은 감수할 수 있지만, 이미 오는 2011년 6월 회수 예정인 800MHz 주파수를 '볼모'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KTF "근본처방은 800MHz 조기 재분배"

반면 KTF의 속내는 따로 있다. KTF는 "SK텔레콤의 800MHz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밍이 아니라, 800MHz 주파수를 빨리 회수해서 재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TF는 LG텔레콤에게 800MHz로밍을 허용하면 자칫 SK텔레콤이 800MHz 주파수 독점을 유지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KTF가 3G '쇼' 용도로 사용중인 2GHz 주파수는 가입자가 700만명을 넘어서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따라서 KTF는 어떻게든 올해안에 2GHz나 800MHz 주파수를 추가 확보해야 할 처지다. KTF가 800MHz 주파수 조기 회수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TF 관계자는 "신규서비스 개발과 네트워크 기술혁신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파수 독점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800MHz 주파수를 조기 분배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SK텔레콤의 주파수 독점에서 비롯된 시장지배력 전이를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KTF는 800MHz 주파수의 조기 회수 및 재배치를 통해 SK텔레콤의 800MHz 독점구조를 깨뜨리는 한편, 경쟁의 중심축을 선점에 성공한 3G 시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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