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결렬…협상 막판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8.02.18 22:04

인수위, 조각발표 등 '정면돌파' 방침 이미 굳힌 듯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의 18일 협상이 끝내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급박했던 협상 막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협상을 종료시킨 모양새다. 인수위는 협상 타결 여부에 상관 없이 조각(組閣) 발표를 예고했다. 곧이어 협상은 무산됐고 조각 명단은 발표됐다.

하지만 양당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림이 달리 보인다. 협상 결렬은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발표 강행은 예정된 일"= 민주당은 인수위가 조각 발표를 '강행'하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손학규 대표는 이를 보고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혹감의 표현이자 무언(無言)의 항의였다.

그러나 인수위의 조각 발표는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인수위는 인사청문에 필요한 시간부터 역산, 사실상 데드라인이었던 이날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조각을 발표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민주당도 이를 알고 있었다.

인수위의 당초 계획은 '17일 발표'였으나 수 차례 연기됐다. 협상중이었던 양당의 만류때문이었다.

18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오후 1시 회동과 오후 5시경 통화에서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이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인수위가) 문안을 쓰고 있다. 발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사실상의 최후 통첩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지 말라, 협상해보자"고 거듭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충격은 수차례 만류가 끝내 먹히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협상은 안하는데 창구는 열려있다?= 현재로선 양쪽 모두 재협상에 적극 나설 명분이 없다. 민주당은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괘씸'하다. 한나라당도 이명박 당선인이 협상을 '강제 종료'한 마당에 협상을 재가동하기가 버겁다.

협상은 사실상 결렬된 걸로 보인다. "결렬이 아니다"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항변은 협상을 포기해 새 정부 출범을 방해했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수사로 들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내일 다시 연락해서 협상 지속 여부를 의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재성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협상을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달 16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을 두고 촉발된 여야 갈등은 한 달 남짓 일촉즉발의 긴장 끝에 정면 충돌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5:30pm= 인수위원회는 '타결 여부에 상관 없이 조각 발표' 방침을 밝혔다. 인사청문회 일정상 발표와 청문요청서 제출을 더 미룰 수 없었다는 이유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당산동 당사에서 박상천 공동대표, 김효석 원내대표를 만나 협상 내용과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이내 발칵 뒤집혔다.

#6:00pm= 국회 정론관. 다급히 들어선 최재성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양당 대표가 협상하기로 해놓고 이게 무슨 법이냐"며 격앙했다.

브리핑 뒤 기자들에 둘러싸인 그는 "(조각) 발표하면 (협상은) 끝이다"고도 했다. 살얼음판같던 협상 국면에 '쩍'하는 파열음이 들렸다.

#7:00pm= 김 원내대표는 6시50분경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협상은 없다"고 통보했다.

안 원내대표는 잠시 뒤 국회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 "(김효석 원내대표가) 오늘은 협상 안되겠다, 그러니까 내일 다시 연락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8:00pm=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실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섰다. 이 당선인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시점에 왔다, 더 미룰 경우 국정 혼란이 우려된다"며 장관 내정자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TV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민주당 관계자들 표정은 '허탈함'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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