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386과 고소영, 술집의 개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국장 | 2008.02.18 14:35
술맛이 기막히게 좋은 술집이 있었습니다. 손님들을 아주 공손히 맞아주었고, 술집의 깃발을 높이 걸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도 장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술이 팔리지 않아 쉬어버릴 정도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 봤습니다. 그 집에서 키우는 사나운 개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를 시켜 그 집의 맛있는 술을 받아오게 하고 싶어도 개가 달려들어 아이를 물까봐 다른 곳에서 술을 시켰던 것입니다.
 
아주 잘 지은 사당에 큰 쥐가 구멍을 뚫고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쥐를 잡으려고 불을 지르려 했지만 기둥이 타버릴까봐 못하고, 구멍에 물을 부어 잡으려 하니 칠이 벗겨질까봐 못하고 결국 쥐와 함께 산다는 얘기입니다.
 
술집의 사나운 개와 사당의 쥐 비유는 모두 '한비자'에 나옵니다. 군주가 신하를 뽑을 때 경계해야 할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요즘 식으로 해석하자면 대통령이나 최고경영자 주변에 사나운 개 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그들의 눈과 귀가 가려지고, 좋은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대통령이나 CEO 주변의 사람들이 사당의 쥐 같다면 그들은 밖에서는 권세를 부리고, 안에서는 패거리를 지어 죄악을 감추려 들겠지요. 그런데도 이들을 제거하면 대통령이나 CEO 스스로가 위태로워지므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습니다.
 
역대 정권에서, 국내 최고 기업들에서 술집의 개나 사당의 쥐 같은 고위직 인사들 때문에 낭패를 본 경우는 너무 많지요.
 
술집의 개나 사당의 쥐 비유가 인사권자가 사람을 쓸 때 경계해야 할 점을 설파한 것이라면 '맹자'에는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의 자세를 지적한 대목이 있습니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군자도 도에 뜻을 둔 이상 어떤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벼슬길에 나서지 않는다"는 구절입니다.

 
신영복 교수는 '70%의 자리'를 역설합니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합니다. 30 정도의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70%의 자리가 득위(得位)의 비결입니다."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를 끌어갈 파워엘리트 그룹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의 신상명세는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권과는 많이 다릅니다. 총리를 포함해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 보좌진을 합친 총 25명 중 영남 출신이 무려 10명으로 압도적인 데 비해 호남 출신은 1명에 불과합니다.

이 당선인과 동문인 고려대학교 출신도 5명으로 이전 정부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게다가 이 당선인이 다니는 서초동 소망교회 출신도 2명이나 됩니다.
 
일부 네티즌은 서울대 고대 연대를 뜻하는 'SKY'가 아니라 소망교회 고려대 영남을 의미하는 'SKY'나 유명 여자배우인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을 이명박 정부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지역편중과 학연편중, 특정 종교편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겠지요.
 
지역이든 학교든 종교든, 설령 편중인사를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구호대로 실용과 효율 면에서 문제가 없다면 걱정할 게 없습니다.

문제는 편중인사가 패거리 문화로 이어지고, 그들이 술집의 개나 사당의 쥐쯤으로 간주했던 노무현 정권의 386 참모들처럼 될까봐 우려가 앞섭니다. 편중인사로 능력은 70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100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를 맡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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