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 그리고 '현지화'=일본의 스즈키 마루티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 상황. 어떻게 인도에서 성공한 대표적 해외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선점입니다. 10년 전 시장을 내다보고 과감히 인도에 진출했던 게 유효했습니다." 도요타 등 외국 기업들이 지금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도요타, GM 등 경쟁사들이 자국서 단종된 차량을 가져와 팔은 것과 사뭇 대조적인 전략이다. 현대차는 인도에 진출하면서 국내외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상트로'(국산 '아토즈')를 들여왔다. 당시 인도인들이 차도르와 터번을 쓰는 것을 고려, 차고를 경쟁 차종보다 10㎝ 높이고, 에어컨 성능도 강화했다. 열악한 도로 환경을 감안해 경적 소리도 키웠다. 'i10'은 이런 노력, 낮은 가격에도 품질을 포기하지 않은 현지화의 결과물이다.
◆" 인도엔 3가지가 없다"= 어려움도 많았다. "인도에는 인도가 없고, 땅이 없고, 사람이 없습니다." 그가 펼친 '3무론(無論)'이다. 땅 크기 세계 7위, 인구 11억3000만명으로 중국에 이어 2위. 이런 곳에 땅과 사람이 없다니 뜬금없다.
"인도(人道), 보행로가 없습니다. 그만큼 인프라가 엉망이라는 얘기죠. 공장이나 사무실 부지로 적당한 곳도 너무 비쌉니다. 이미 개발업자들이 차지해 구할 수가 없습니다. 수요에 비하자면 숙련공 공급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국에 비하면 꽤 걸리는 편이지만 인도 인프라 사정을 감안하면 양호한 편입니다. 타타자동차 공장이 있는 푸네에서 인근 뭄바이항까지는 250Km, 마루티 스즈키 공장은 800㎞입니다."
인도 땅값이 사람 잡는다는 얘기야 이미 오래된 얘기. 지난해 말 뭄바이 나리만포인트에 위치한 NCPA 아파트는 한 가구가 3억4000만 루피(약 81억원)에 거래됐다. 뭄바이에 사무실을 내려면 3.3㎡ 한달 임대료가 300만원이다. 뭄바이를 100으로 봤을 때 첸나이는 60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낮은 생산단가를 찾아 진출한 기업에겐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 잘 키운 판매점 하나=지난해 현대차의 인도 시장 판매량은 수출을 포함해 29만대. 현지 판매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230개 판매점 모두가 100% 익스클루시브죠." 한 매장에서는 현대차만 판다는 얘기.
"지난해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 판매점 한 곳당 1000대를 판매한 꼴입니다. 우수 판매점은 1만2000대를 판 곳도 있습니다."
'인도에선 판매점 육성도 경쟁'이라는 게 임 법무장이 밝히는 인도 진출 10년 동안의 교훈이다.
"인도 정부가 홍보하는 대로 'Incredible India'죠. 이만큼 인프라가 열악하고 땅값이 비싼데도 9%대 성장하는 나라는 인도밖에 없습니다."
이윤에 목매는 세계 일류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인도에 줄을 서고 있는 이유다. "인도 시장을 잡지 못하면 세계시장 경쟁에서 곧바로 탈락"이라는 설명이다.
"나가보면 오토바이와 '오토릭사'(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자동차)가 넘쳐납니다. 관광 온 사람들은 참 못 사는 나라구나 하겠지만, 장사하는 사람들 눈에는 그게 다 돈으로 보이는 거죠. 그 많은 오토바이가 자동차로 바뀐다고 생각해 보세요. 엄청난 수요입니다." 이런 시장을 잡겠다는 것, 11억 시장을 향한 그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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