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10년 이상 장기상품이 '효자'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8.02.26 08:50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한 재무설계전문가(Finanacial Planner·FP)는 고객이 찾아오면 우선 80㎝짜리 줄자를 꺼낸다고 한다. 그는 찾아오는 고객에게 묻는다.

"언제 은퇴하고 싶습니까." 고객은 답한다. "65세에 은퇴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FP는 65㎝ 윗쪽을 잘라낸다. 그리곤 또다시 묻고 답한다.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예, 마흔 살입니다." FP는 40㎝ 아래를 자른다. 그리곤 나머지 40㎝에서 65㎝ 사이의 25㎝ 부분을 들어올린다. FP는 바닥에 떨어진 줄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것은 이미 끝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부터 65세까지 정말 진지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당신의 줄자는 몇 ㎝가 남았는가? 요즘 많은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노후 준비다. 소위 '사오정'(45세 정년) 이다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다 할 만큼 빨라진 정년에 비해 수명은 한참 늘어났다. 젊어서 일한 시간 이상 노후를 보내야 하니 길어도 이만저만 긴 게 아니다. 설사 재산이 많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언제까지 살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쉽게 떨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막상 노후에 대한 걱정은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어떻게 되겠지'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도저도 안 되면 그냥 시골에나 내려가 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이한 생각만 할 뿐이다.
 
지난해 한 은행이 조사한 노후준비 현황에 따르면 만 35~49세 남녀 1001명 중 60%가 아직 노후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절반 가까운 47.8%가 "경제적 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경제적 여력이 없는 가장 큰 이유로 61.9%가 자녀 교육비를 꼽았다고 한다. 사실 자녀교육비가 우선이냐 부부의 노후준비가 우선이냐 하는 갈등은 결코 개인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자녀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학벌 위주의 사회 풍토와 맞물려 온갖 부작용을 낳는 원천이 되고 있다. 사회와 개인 모두가 지금이라도 냉철하게 이러한 풍토를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비를 많이 쓴다고 해서 결코 자녀가 잘 된다는 보장 역시 없다. 차라리 적절한 수준에서 교육비를 지출하고 부모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자식에게나 부모에게나 모두 행복한 길일 것이다.
 
최근 전문가 사이에서 노후준비와 관련해 주된 이슈는 경제적인 것보다는 오히려 비경제적인 것이다. 은퇴 이후 사회적 위치나 직장에 대한 상실감, 새로운 직업에 대한 필요성,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 등이 주요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노후준비에 있어 단순히 돈만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전제로 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한 펀드 활용법을 알아보자. 우선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목돈으로 한꺼번에 마련하는 방법과 매월 일정한 금액을 노후 시점까지 저축해서 마련하는 방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50세인 사람으로 60세에 은퇴하고자 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약 6억5000만원 정도의 현금을 목돈으로 마련한 다음 노후자금으로 이용한다. 노후 시점에서 10억원은 현재 시점에서 6억5000만원으로 할인되는데 이때 할인하는 투자수익률을 세금 공제 후 5%로 가정했다. 따라서 6억5000만원의 현금을 목돈으로 가지고 있고 앞으로 10년간 최소한 연간 5% 이상을 수익률로 운용하면 된다.

하지만 채권만으로는 매년 5%의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 주식펀드의 연간 기대수익률을 7%, 채권펀드의 연간 기대수익률을 4%로 가정한다면 주식펀드에 30%, 채권펀드에 70% 투자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주식에서 연간 7~12% 정도를 채권에서는 연간 3~5% 정도의 수익을 예상한다. 따라서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 6억5000만원 중 2억원을 주식펀드에, 나머지 4억5000만원은 채권펀드에 투자한다는 대략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목돈을 충분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앞으로 꾸준한 투자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서 예를 든 50세인 사람의 경우 모든 노후자금을 투자를 통해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노후 시점인 60세에 퇴직금·은행 예금 등으로 약 5억원의 현금이 생기고 나머지 5억원만 추가로 더 마련하면 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지금부터 10년간 투자해서 5억원만 더 마련하면 되므로 투자수익률을 5%로 가정하면 매월 320만원 정도를 투자해 나가야 한다. 이때 마찬가지로 주식펀드에 30%, 채권펀드에 70%를 투자하면 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자산배분을 하고 나서 구체적인 펀드 상품을 정하게 된다. 노후준비에 적합한 펀드 상품의 특징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0년 이상 장기간 운용되는 상품이어야 한다. 연간 단위로 운용하거나 2~3년 단위로 운용하는 상품은 연금상품으로 이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둘째, 주식과 같이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 안정적인 채권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 최소한의 노후자금이라도 이를 마련하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다. 따라서 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야 노후대비가 가능하다.
 
셋째, 가능하면 연금지급이 가능한 상품이 적합하다. 나이 들어 생활비의 70~80%를 이미 투자하고 있는 금융상품에서 지급되는 연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노후상품은 매달 연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와 같이 판단이 흐려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자동적으로 연금이 매달 지급되는 상품이라야 안심할 수 있다.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노후상품으로는 개인연금, 기업연금, 국민연금과 같은 연금상품이 있다. 이런 상품은 기본적으로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세제혜택상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배분할 수 있는 한도가 매우 작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이 이 세 가지 연금상품으로는 노후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상품이 변액연금보험과 적립식펀드다.
 
우선 변액연금보험은 펀드처럼 자산운용회사에 있는 전문적인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지만 나중에 바로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인 펀드에다가 연금식의 지급기능을 더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반드시 10년 이상 가입해야 하며 가입 전 주식으로 운용하는지 채권으로 운용하는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비용만 놓고 본다면 펀드가 변액연금보험보다 초기에 저렴하다. 하지만 수십 년간 투자하더라도 계속해서 일정한 비율의 비용을 차감한다는 점에서 장기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비용이 커진다.

또 펀드를 이용해서 자금을 마련하다 보면 노후 시점에서 일시금으로 펀드를 환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금상품으로 다시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펀드는 상품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춰 입맛대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노후상품은 최소한 10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장기상품이므로 투자하기 전에 면밀한 계획이 필수적이다. 우선 상품을 선택할 때 금융기관 직원 중에서 노후설계가 가능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인들이 직접투자 예상 자금을 추정하고 상품을 분석하기에는 시간과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력있고 믿을 수 있는 금융회사 전문가를 선택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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