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요동에 투심 흔들...안전자산 선호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02.17 16:52

고객예탁금 급감…MMF·채권펀드 유입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중자금의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주식형펀드로 자금유입 추세는 여전하지만 고객예탁금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MMF(머니마켓펀드), 채권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등 단기부동화조짐이 역력하다.

14일 기준 예탁금은 9조2098억원으로 지난해 3월19일 9조1291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올들어 3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8월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12~13조원대를 유지하던 예탁금은 11월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험이 현실화되고 신용경색,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이 부각되면서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반면 단기 대기자금 성격의 MMF 수탁고는 지난해 2월 60조원을 돌파한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다 12월31일 46조7383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14일 기준 MMF 수탁고는 56조9237억원으로 연초 이후 10조1854억원(2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채권형펀드로의 자금유입도 눈에 띈다. MMF 수탁고와 마찬가지로 채권형펀드 설정액도 작년말 40조8604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후 지난 14일 42조5492억원으로 1조6888억원 증가했다.


최근 MMF 수탁고 증가는 주식매수 대기보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인한 자금이탈의 성격이 강하다. 금리인하 추세로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동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채권형펀드 및 MMF로의 자금유입 규모가 약 12조원 규모에 달한다"며 "금리안정에 따른 채권형펀드 수익률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시중자금의 안전자산 선호의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자산'으로의 자금이동은 주식 매수대기 자금으로 간주되는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 감소와 은행 정기예금 급증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0개 증권사의 CMA 잔고는 1월말 26조3130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8650억원 감소해 2006년 8월 이후 처음 월간 기준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은행에서 증권으로 급격한 자금이동을 이끌었던 CMA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

반면 은행 정기예금으로는 1월에만 20조원 이상 자금이 몰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은행 정기예금 증가액은 20조3883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시작한 지난 2000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개 시중은행의 총수신 증가액(19조8021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은행들이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특판 등 고금리 정기예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영향이 컸지만, 연 6%대 금리에 안주하려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읽을 수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여건의 부진과 차기 정부의 금융정책 부재 등 요인으로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으로의 자금유입이 둔화된 반면 시중자금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재현됐다"며 "국내외 증시여건과 정부의 통화정책 기조, 차기 정부의 부동산정책 규제완화의 정도에 따라 자금흐름 변화의 지속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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