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인 '정부개편 원안' 고집 이유는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2.17 13:55

당초 생각은 11~12부처 통폐합…절충시 작은정부 원칙 훼손

지난 해 사상 유례없는 '전면전'이 벌어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고비마다 '양보의 정치'를 선보였다.

경선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경선 자체가 파행할 위기를 빚던 지난 3월 이 당선인은 강재섭 대표가 제시한 '중재안(8월 경선 -선거인단 23만명)'을 전격 수용했다. 당시 지지율 1위 후보로서 이른바 '통 큰 정치'를 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같은 해 5월 경선룰 갈등이 재연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원보다는 일반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던 이 당선인은 '국민투표율 하한선 보장' 조항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적 결단을 통해 다시 '양보의 정치'를 선택한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 해 11월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추어올렸다. 대선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자신의 몸을 한껏 낮추는 '미덕'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 당선인이 최근의 정부조직 개편안 갈등에선 좀체 '양보의 정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파행 출범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정부조직 개편안 원안을 고수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양보는커녕 '고집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다.

여야간 협상이 겨우 '접점'을 찾은 지난 14일 밤에는 한나라당 협상팀으로부터 협상 내용을 보고받고는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폐지, 여성가족부 존치의 '절충안'을 이 당선인이 직접 나서 폐기한 것이다. 또 한 번 이 당선인의 양보를 기대했던 정치권의 기대가 물건너가는 순간이었다.

이 당선인이 이처럼 유독 정부 개편안 원안에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당선인은 당초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기준으로 부처수가 11~12개 정도인 '이명박 정부'를 구상했다고 한다. 정부 개편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해수부, 여성부와 통일부 등이 우선 폐지 대상이었다.


여기에다 타부처로 흡수통합되는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를 포함해 노동부도 개편 대상에 포함됐었다고 한다. 인수위는 그러나 본격 정부 개편 과정에서 현실적인 기능 재조정 결과 13개 부처 편제인 개편안을 이 당선인에게 보고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이 당선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원안 처리를 고수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통합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통일부에다 여성부까지 되살리면 새 정부의 부처수는 모두 15개가 된다.

이 당선인의 본래 생각보다 무려 3~4개부가 늘어나는 셈이다. '작은 정부'의 원칙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새 정부의 밑그림 자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당선인측의 설명이다.

이 당선인의 한 핵심 측근은 "당선인의 원래 생각은 11개 내지 12개 부처로 통폐합해야 효율적인 정부가 완성된다는 것이었다"면서 "인수위가 마련한 원안(13부)도 이 당선인이 결단한 것인데 15개로 늘리자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존심'도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당선인은 예비야당의 정부 개편안 처리 비협조를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5년 내내 끌려다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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