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카페, '삼성 영업기밀' 유출 논란

오동희 기자, 류철호 기자 | 2008.02.15 14:30

사흘간 삼성 휴대폰 수출가격 12개 엑셀파일 게재, 암호 걸려도 풀 수 있어

삼성특검팀이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삼성비자금 특별검사) 홈페이지에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휴대폰 수출가격 정보가 담긴 엑셀파일이 공개적으로 게시돼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네이버 특검 카페(http://cafe.naver.com/samsungspecialpro)에는 사흘에 걸쳐 총 12개의 엑셀 파일이 누구나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일반 게시판에 공개됐으며, 다운받은 엑셀 파일을 열려고 할 경우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바로 열 수는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불순한 목적을 가진 경쟁 기업들이 이 파일을 입수해 비밀번호 락(LOCK)을 해제할 경우, 삼성전자의 가격 정보가 공개돼 삼성전자의 휴대폰 해외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15일 삼성 특검 홈페이지(http://cafe.naver.com/samsungspecialpro) 및 삼성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8시 50분부터 15일 오전 10시 42분까지 촌로(itmico)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삼성전자의 휴대폰 수출가격이라는 항목으로 총 12개의 엑셀파일을 올렸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삼성특검의 네이버카페에 올라온 삼성전자 휴대폰 수출 가격 관련 엑셀파일들.

삼성전자 휴대폰 모델별(SGH-D500, SGH-X140, SGH-D600, SGH-E530, SGH-E810, SGH-S500, SGH-X480, SGH-Z140 등)로 정리된 이 엑셀 파일에는 삼성전자가 해외에 판매하는 휴대폰의 모델명과 수출 가격, 고객 정보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촌로'라는 네티즌은 기자와의 메신저 교신에서 "(특검)조사관이 요청해서 데이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용도는 조사관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파일 여는 것은 (자료를) 요청한 사람만 암호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 파일 중 일부는 기존 파일을 수정해달라는 특검의 요청으로 "전세계로 수출하는 파일로 업데이트했으며, 고객정보는 숨김 기능을 걸어놓았으니 더블클릭하면 나타난다"고 추가 데이터 작성시 참조글을 올려놓았다.

이같은 정보가 일반 게시판에 노출되자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는 발칵 뒤집혔다. 이 데이터가 실제 삼성전자가 수출시 관세청에 제공한 데이터일 경우 정보유출에 대한 심각성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고객사들에게 납품되는 가격 정보는 기업의 일급비밀인데, 이같은 정보가 장시간 공개된 채 홈페이지에 방치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만일 사실이라면 이 정보를 해외 경쟁사들이 입수했을 경우 해외사업은 사실상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관계자는 "현재 특검 홈페이지에 올라온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며 "실제 데이터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품에 대한 정보는 관세사 등을 통해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일부 데이터는 맞는 것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삼성전자의 휴대폰의 수출 가격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보안 전문가들은 엑셀파일에 비밀번호로 락을 걸어놓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 비밀번호를 푸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보안업체 F사의 모 사장은 "엑셀문서에 암호를 걸어놓았을 경우 일반인들이 풀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보안 전문가들에게 어느 정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의 휴대폰 가격 동향 파악을 목적으로 이 파일을 다운받아 암호 해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의 해외 영업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특검의 한 검사는 "네이버 특검 카페에 올려진 내용은 삼성이 당사자에게 연락해서 삭제할 수 있는 부분이지 특검이 임의로 삭제하지 못한다"며 오후까지 방치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 오후 1시 10분경 관련 글과 함께 12개 파일 전체를 삭제했다.

한편, 특검에 이 파일을 제공한 '촌로'라는 네티즌은 미국 P대의 P모 교수의 동생으로 현재 수출입 품목의 가격정보 추출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를 제작, 판매하는 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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