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주가

이상진 신영투신 부사장 | 2008.02.16 12:32
미국 주 정부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신용평가기관의 경고가 나온다. 헛소리이겠지만 미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한국으로부터 그 비법을(?) 배워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니 사정이 거의 막가는(?) 분위긴가 보다.

그런데 정작 일을 저지른 미국은 주가가 최고치 대비 겨우 10% 남짓 빠졌는데 미국이 배워야 한다는 한국이 20%나 폭락한 것은 무슨 조화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제 미국의 몰골이 말이 아님은 만천하가 주지하는 바이고 지금부터 미국이나 우리 증시가 어떻게 전개될 지가 우리의 관심사다. 행여 신통한 예지력을 가진 분이 있을까 해서 년 초 이후 외지에 실린 최고 고수들의 말씀을 눈 닦고 봤지만 하나마나 한 소리다.

차라리 과거 50년간의 미국 불경기와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살펴 봄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 같다. 포츈지 조사에 의하면 이 기간 동안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소위 베어 마켓이 9번 있었다. 그 중 불경기가 함께 온 케이스는 6번, 3번은 불경기와 상관없이 주식 시장 내부 수급으로 인한 하락이었다.

그런데 불경기와 동반한 주가 하락 시장을 분석해 보면 두 가지의 흥미로운 사실이 나타난다. 첫 번째, 주가는 불경기가 오기 전에 먼저 하락하고 막상 본격적인 불경기로 진입하면 상승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주가는 선행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두 번째, 신 기술주가 주도한 주가 상승이 불경기를 만나면 주가가 엄청 폭락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소위 Nifty-Fifty 신 기술주가 난리를 친 다음 불경기가 왔을 때 다우존스 지수가 48% 하락했고 2000년의 닷컴 버블 이후 불경기 때는 49% 폭락했다. 그 외 경기 순환적인 불경기로 인한 주가 하락은 평균 25% 내외에 그쳤다.

다음으로 궁금한 것이 하락 기간인데 짧게는 불과 87일만에 끝났고 닷컴 버블 붕괴 때는 929일이나 지속되어 평균의 유의성이 극히 낮지만 대충 390일 정도다. 줄잡아 1-2년 정도 간다는 얘기다. 특히 요즘 상황과 비슷한 두 케이스의 경우 즉 1980년의 3차 오일쇼크 시 뉴욕증시는 27% 하락했고 기간은 622일을 기록 했으며, 부실 대출이 문제가 된 1990년의 Saving & Loan 사태 때는 주가가 20% 빠졌고 하락기간은 87일 이였다.

물론 비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고 유가와 부실 주택담보 대출이 합쳐진 이번 경우 그 파장이나 시장의 조정 폭도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그 때와는 달리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글로벌 경제 전체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양 방향의 힘이 상쇄된다면 평균적인 불경기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투자가들이 기억해야 될 것은 앞서 언급한 9번의 큰 불경기를 거치면서도 다우존스는 지난 50년간 거의 30배 가까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시장은 순환하고 주가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조금만 장기로 본다면 하락 시마다 냉정하게 투자를 늘려온 사람이 결국 인내심의 과실을 마음껏 따 먹었다. 이제 판단은 투자가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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