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20달러(2006년 기준). 하루 수입 1달러 미만 극빈층이 30% 가량인 나라로 치면 의외의 광경이었다. 상가와 레스토랑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다름 아닌 고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등장한 신흥중산층들이었다.
인도 경제는 1991년 맘모한 싱 총리가 각종 규제 철폐, 외국인 투자유치 등 경제개혁을 일관되게 추진, 최근 10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을 달성했다. 2006년에는 제조업 및 서비스 분야의 호조로 9.4% 성장했다. 지난 4년간 평균 GDP 성장률이 8.6%에 달해 본격적인 고도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정보통신(IT)·금융 산업의 전문직 인구를 포함해 다양한 신규 성장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소득이 부쩍 늘었다. 기회의 땅, 인도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면서 고용과 소득이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이들이 높은 소득을 기반 삼아 신흥중산층으로 급부상하며 내수시장 성장을 굳건히 하고 있다. 글로벌 인사 컨설팅사인 휴잇 어소시에이츠(Hewitt Associates)에 따르면 2006~2007 회계연도 인도의 임금 상승률은 전년대비 14.4%로 높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여력도 이륜차, 소형차, LCD TV, 냉장고, 에어컨, 음향기기 등으로 다양해졌다. 인도 중산층은 연소득 20만~100만 루피(4376~2만1882달러)에 해당하는 소득계층이다. 2007년 현재 약 5600만명에 달한다. 한국의 인구를 뛰어넘는 규모다. 연소득 100만 루피를 넘은 고소득계층도 2000년 1460만명에서 2007년 3820만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물가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낮다. 미국 달러 환산액 기준으로 보면 동일 소득금액 범주내 우리나라 소비자보다 인도 소비자가 높은 소비수준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뭄바이에서 만난 은행원 모한다스(48)씨는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10년 전만 해도 중산층이 차를 갖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지금은 중산층 대부분이 차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임흥수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올해 인도 내수 판매 목표는 지난해에 비해 36% 늘어난 27만3000대, 수출은 103% 성장한 25만대로 잡았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 정도. 가구수로는 2억500만~3억 가구 규모다. 이 역시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영 삼성전자 인도법인 상무는 "현재 TV 보급률은 33%, 냉장고는 17% 정도지만,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급증하고 있어 시장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백남수 신한은행 뭄바이 사무소 차장은 "NRI 자금이 정부의 적자 재정폭을 크게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유지시키고 있을 정도"라며 "ABN암로 등 은행들이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이들 자금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20년간 거주하며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희 사장(48)은 "여윳돈이 있는 인도 사람들이면 거의 대부분 주식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 대도시 요지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르고 있다. 인도 최대 부동산업체 DLF는 지난해 5월 IPO를 통해 24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풀어 토지공급을 늘리고 있다.
데쉬판드 마하라쉬트라 경제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유가급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9%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과열국면은 아니다"라고 진단한 뒤 "내수가 받쳐주고 있어 성장이 지속될 것이고, 10~15년 내에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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