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내수시장…'슈퍼코끼리'가 온다

뉴델리·뭄바이(인도)=김익태 심재현 기자 | 2008.02.14 10:42

[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기업]<10-1>규제철폐·투자유치 날개단 인도경제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활기가 돌았다. 한해 중 가장 춥다는 1월 말 사람들은 잔뜩 몸을 움추렸지만 얼굴에 생기가 넘쳐 흘렀다. 뉴델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커넷 플레이스(CP). 나이키, 리복 등의 상가가 밀집돼 있는 지역으로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지만, 주말을 맞아 쇼핑을 나온 인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뉴델리의 압구정동이란 불리는 모던 바자르(Morden Vajar)에도 말끔하게 차려입은 20~30대 젊은이들로 붐볐다.

↑ 지난달 27일 뉴델리 번화가 커넷플레이스(왼쪽)와 모던바자르(오른쪽) 상점가가 쇼핑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외국계 기업체 운전사인 산제(32)씨는 "최근 세일 기간을 맞아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10만 루피, 원화로 23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그는 이 곳에서 물건 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다.

↑ 지난달 24일 뭄바이 나리만포인트
인근 레스토랑. 평일인데도 자리가 꽉
찼다.
뭄바이 최대 번화가인 나리만 포인트. 한끼 식사에 1000루피(약 2만3000원)를 웃도는 고급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하려면 반드시 예약을 해야한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자리가 듬성듬성 보였지만, 예약없이 갔다가는 헛걸음하기 일쑤다.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20달러(2006년 기준). 하루 수입 1달러 미만 극빈층이 30% 가량인 나라로 치면 의외의 광경이었다. 상가와 레스토랑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다름 아닌 고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등장한 신흥중산층들이었다.

인도 경제는 1991년 맘모한 싱 총리가 각종 규제 철폐, 외국인 투자유치 등 경제개혁을 일관되게 추진, 최근 10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을 달성했다. 2006년에는 제조업 및 서비스 분야의 호조로 9.4% 성장했다. 지난 4년간 평균 GDP 성장률이 8.6%에 달해 본격적인 고도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정보통신(IT)·금융 산업의 전문직 인구를 포함해 다양한 신규 성장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소득이 부쩍 늘었다. 기회의 땅, 인도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면서 고용과 소득이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이들이 높은 소득을 기반 삼아 신흥중산층으로 급부상하며 내수시장 성장을 굳건히 하고 있다. 글로벌 인사 컨설팅사인 휴잇 어소시에이츠(Hewitt Associates)에 따르면 2006~2007 회계연도 인도의 임금 상승률은 전년대비 14.4%로 높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여력도 이륜차, 소형차, LCD TV, 냉장고, 에어컨, 음향기기 등으로 다양해졌다. 인도 중산층은 연소득 20만~100만 루피(4376~2만1882달러)에 해당하는 소득계층이다. 2007년 현재 약 5600만명에 달한다. 한국의 인구를 뛰어넘는 규모다. 연소득 100만 루피를 넘은 고소득계층도 2000년 1460만명에서 2007년 3820만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물가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낮다. 미국 달러 환산액 기준으로 보면 동일 소득금액 범주내 우리나라 소비자보다 인도 소비자가 높은 소비수준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뭄바이에서 만난 은행원 모한다스(48)씨는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10년 전만 해도 중산층이 차를 갖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지금은 중산층 대부분이 차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뉴델리 시내에 자동차가 줄지어 주차돼 있다.
인도 경기가 호황이라는 사실은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126만7000대. 올해는 150만대 규모로 약 18% 성장할 전망이다. 매년 15%의 고성장을 하는 시장에서 현대차는 인도 진출 10년만에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17%까지 끌어올렸다.

임흥수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올해 인도 내수 판매 목표는 지난해에 비해 36% 늘어난 27만3000대, 수출은 103% 성장한 25만대로 잡았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 정도. 가구수로는 2억500만~3억 가구 규모다. 이 역시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영 삼성전자 인도법인 상무는 "현재 TV 보급률은 33%, 냉장고는 17% 정도지만,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급증하고 있어 시장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 뭄바이 금융가 은행에 NRI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광고가 걸려 있다.
인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은 2500만명에 달하는 NRI(Non Resident Indian) 즉, 해외거주 인도인들의 국내 송금이다. 세계 각국에 나가 성공한 인도계 후손의 투자를 끌어들여 경제성장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카랄라주 등 남인도 지역 전체가 이들의 송금으로 지탱될 정도다. 해외 근로자의 본국 송금액에서 인도는 220억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만모하 싱 총리는 모든 인도계 외국인에게 이중국적을 제공하겠다고 할 정도로 이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백남수 신한은행 뭄바이 사무소 차장은 "NRI 자금이 정부의 적자 재정폭을 크게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유지시키고 있을 정도"라며 "ABN암로 등 은행들이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이들 자금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 지난달 22일 200여명의 인도 투자자가 뭄바이증권거
래소 앞에 모여 주식 시황 전광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주식시장도 호황이다. 2004년 5월 4505.16으로 바닥을 친 센섹스지수는 지난달 8일 2만873.33를 찍을 때까지 4.6배나 상승했다. 소득이 늘어난 중산층들은 앞다퉈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투자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인도 발전업체 릴라이언스 파워의 공모주 청약에는 무려 1800억달러(170조원)의 시중 자금이 몰렸을 정도다.

인도에서 20년간 거주하며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희 사장(48)은 "여윳돈이 있는 인도 사람들이면 거의 대부분 주식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뉴델리 인근 신도시 노이다의 한 아파트 단지 옆으로
또다른 아파트 단지 건설이 한창이다.
부동산 시장도 뜨겁다. 농민들의 도시 이동으로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이 활발해지고, 외국인들의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이 부족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인도 대도시 요지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르고 있다. 인도 최대 부동산업체 DLF는 지난해 5월 IPO를 통해 24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풀어 토지공급을 늘리고 있다.

데쉬판드 마하라쉬트라 경제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유가급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9%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과열국면은 아니다"라고 진단한 뒤 "내수가 받쳐주고 있어 성장이 지속될 것이고, 10~15년 내에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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