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투자행태의 경제학

손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02.13 12:09

편집자주 | 오늘부터 격주 수요일에 손 욱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가 쓰는 '경제2.0' 칼럼을 신설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최신 경제학의 동향과 이론을 현실 경제의 흐름과 함께 살펴봅니다.

다음과 같은 간단한 게임을 한 번 생각해 보실까요. "1부터 100 사이 숫자 중 하나를 골라보십시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선택한 숫자의 평균을 계산한 후 평균의 3분의2에 가장 근접한 숫자가 승리의 숫자가 됩니다."

예를 들면 100명이 게임에 참여했는데 이들 숫자의 평균이 60이었다면 60의 3분의 2인 40에 가장 가까운 숫자를 선택한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독자께서는 어느 숫자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장 완벽한 사람이 선택하는 숫자는 1이 됩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우선 모든 참가자가 최대 숫자인 100을 선택했다고 가정해 보시죠. 그렇게 되면 이들 숫자의 평균은 100이 될 것이고 승리자는 67을 선택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즉 승리할 수 있는 최대 숫자는 67입니다.
 
합리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합리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67을 초과하는 숫자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67의 3분의2인 44를 초과하는 숫자를 선택하지 않겠지요. 또 한 단계 더 나아가 다른 사람도 44를 선택할 것이라고 믿으면 합리적인 투자자는 44의 3분의 2인 30을 초과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추론하면 30, 20, 13, 9를 거쳐 결국 1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1을 선택한 참가자가 승리자가 될까요. 참가자 중 일부는 합리성이 결여되어 이러한 추론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중단하고 67이나 44나 30을 선택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1을 선택한 가장 완벽한 논리의 투자자는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독자를 상대로 이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승리를 거머쥔 숫자는 13이었습니다. 그리고 선택한 숫자들을 보니까 앞에서 추론한 각 단계, 즉 67, 44, 30, 20, 13, 9 주변에서 군집을 이루었다니 흥미롭지 않습니까. 대학원생과 학부생에게도 동일한 게임을 해보았는데 각각 22와 38이 승리의 숫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당첨 숫자가 낮을수록 빈틈없는 투자자가 많이 모인 집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참고문헌:Hersh Shefrin, Behavioral Corporate Finance, 2007, McGraw-Hill.)

투자의 세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아무리 명민한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오류가 있는 일반투자자와 함께 투자게임을 치르다 보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여기서 1 또는 1에 가까운 숫자를 선택한 명민한 참가자는 추가적인 위험 부담 없이 수익기회를 노리는 차익거래자(arbitrageur)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있기에 금융시장은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글쎄요. 이들이 항상 이기는 게 아닌데 차익거래가 완벽하게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처럼 투자자의 불완전성과 심리적 요소를 부각시켜 투자행태와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를 행태재무학(Behavioral Finance)이라고 합니다. 차익거래의 한계, 과도한 낙관, 확신, 자기통제능력에 대한 환상, 손실회피 성향, 근시안적 투자결정 등의 투자행태가 어떻게 결과에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뿐만 아니라 2002년 실험경제학에서 노벨 경제학상이 나온 이후 학계에서도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베스트 클릭

  1. 1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2. 2 '낙태 논란' 허웅, 방송계 이어 광고계도 지우기…동생 허훈만 남았다
  3. 3 "네가 낙태시켰잖아" 전 여친에 허웅 "무슨 소리야"…녹취록 논란
  4. 4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
  5. 5 "시청역 사고 운전자 아내, 지혈하라며 '걸레' 줘"…목격담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