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주 '반짝'하다 슬그머니 꼬리 내려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02.21 12:18

[머니위크]숭례문 화재로 본 수혜주 찾기 명암

코스닥시장의 테마주 찾기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서해 바다를 기름띠로 뒤덮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때 수혜주들이 무더기로 뜨면서 테마를 형성하더니 국보 1호 숭례문이 어처구니 없는 방화로 전소되는 사고에도 어김없이 수혜주 찾기가 횡행했다.

설 연휴 마지막날 밤,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듣고 11일 출근길에 오른 일반 시민들은 새까맣게 타 무너져 내린 모습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발빠른 증권가는 수혜주 찾기에 발빠르게 나섰다. 개장전부터 수혜주 관련 얘기들이 메신저를 통해 떠돌았으며 일부 종목은 개장전 동시호가부터 상한가로 직행, 남대문 화재 테마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설 연휴로 3일간의 휴장끝에 열린 11일 증시에서 코스닥의 소방제품 및 소방설비공사 전문업체 파라텍은 동시호가부터 가격제한폭인 335원(14.99%) 오른 2570원을 기록하더니 개장부터 상한가로 직행했다. 소방엔지니어링 업체 이엔쓰리도 개장부터 상한가(1250원)로 직행, 화재 수혜주 테마에 합류했다.

숭례문 재건과 관련 수혜가 예상된다며 중앙디자인과 전시 전문업체 시공테크도 수혜주란 얘기도 나돌았다. 오전 한때 시공테크가 6%대, 중앙디자인인 4%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반짝 테마주들은 몇시간만의 불꽃만큼이나 수명도 짧았다. 굳건할 것 같던 파라텍은 상한가는 불과 20여분만에 무너졌다. 파라텍은 전날보다 125원(5.59%) 오른 2360원으로 마감됐다. 이엔쓰리도 오름폭을 35원(3.21%)으로 줄인 1125원으로 장을 마쳤다. 중앙디자인과 시공테크는 소폭 하락 마감했다. 중앙디자인이 전날보다 35원(1.65%) 내린 2090원으로, 시공테크는 45원(1.26%) 내린 35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 911 테러부터 태안사고까지 사고때마다...

국가적 재앙 사태에도 아랑곳 않는 증시의 테마주 찾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을 강타한 911 테러사건때도 테러 수혜주가 불꽃처럼 타올랐다. 세계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질만큼 대폭락을 하는 와중에도 '3차대전 수혜주'라는 어이없는 재료주들이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제3차 세계대전 수혜주란 전쟁무기를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장갑차ㆍ탱크) 대우조선(잠수함) 삼성테크윈(자주포) 테크메이트(군용통신장비) 풍산(포탄) 등이 강세를 보였다. 생활필수품을 제조하는 테러 수혜주들도 각광받았다. 농심(라면) 태광산업(부탄가스) 제약주(강심제) 웅진코웨이(생수와 식수 관련) 등이 당시 주인공들.

2005년 7월 런던 테러때는 DVR 업체들이 수혜주로 각광받았다. 아이디스, 에이로직스와 피카소정보 등이 반짝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 전쟁 관련주로 분류되는 해룡실리콘과 휴니드도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2월7일 유조선 HEBEI SPIRIT호와 크레인 부선 삼성1호의 충돌로 태안 앞바다 뿐 아니라 서해안 상당부분이 기름띠로 뒤덮이자 환경수혜주들이 주목을 받았다. 사고 초기 코엔텍 와이엔텍 태경산업 자이엘정보 디앤에코 인선이엔티 젠트로 등이 상한가에 진입했다.


태안 관련주들은 사고가 발생한 후 일주일동안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갔다. 실제로 어떤 업체가 실질적인 수혜주인지 판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안 수혜주들의 주가는 이틀만에 희비가 엇갈리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 테마주 찾기, 부화뇌동 말아야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2003년2월,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때도 증시의 테마주 찾기는 분주했다. 너무 참담한 현실 앞에 다수의 사람들은 할말을 잃었지만 일부 단기 이익에 눈먼 투기꾼들은 이날도 각종 재료를 부각시키며 여의도 증권가를 몰인정한 머니 게임장으로 만들었다.

파라텍과 스파코는 사고 다음날 소방기기 테마주를 형성하며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참사가 감시시스템 및 전동차 제어를 위한 종합 교통정보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기관사의 안이한 대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첨단 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ITS) 종목들도 관심을 받았다. 당시 관련업체인 트래픽 ITS가 테마에 합류하며 상승했다.

실리콘 방화제 시장점유율 1위업체인 해룡실리콘도 실리콘의 방화제 적용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다.

이같은 참사 수혜주 등장에 대해 한 증시 관계자는 "증시의 성격이 시장 상황에 영향을 줄 변수 하나하나를 분석해 반영하는 것이라지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거나 국가적 재앙에 수혜주 여부를 가리는 것은 너무 몰인정 한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수혜 여부나 수혜 정도도 불확실해 참사를 등에 엎고 오르는 종목들은 대부분 반짝 상승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섣부른 테마주 따라잡기에 부화뇌동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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