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기침체 미국보다 길게 간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2.12 10:14

노동유연성 부족과 금리인하·감세 등 부양책 제한 때문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감기가 옮았다. 그것도 오래동안 아플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유럽은 비교적 미국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지속과 재정적자는 유로존이 미국처럼 공격적인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에 나서는 것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의 엄격한 노동법도 기업들이 침체시 해고를 보다 자유롭게 해 순익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럽이 쉽게 경기 침체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만의 하나 침체가 올 경우 오히려 미국보다 길고 가혹한 경기 하강 국면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유럽, 미국에서 감기 옮아 더 오래 아플 것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노벨 로레트 에드먼드 펠프스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경기침체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길게 갈 것"이라며 "유럽은 미국 신용위기에서 자유로울수 없다"고 밝혔다.

ABN암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리오 퍼킨스도 "내년은 '역의 디커플링'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이 빠르게 회복하는 동안 유로 지역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유연하지 못한 경제구조와 인플레이션이 유럽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지난주 두차례에 걸쳐 "경제 성장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도 입을 모아 "미국 경기 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며, 아직 금융시장 경색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로존의 12월 소매매출은 199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1월 서비스산업 성장률 역시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은 유럽 경제가 지난해 4분기 0.3% 정도 성장하는데 그쳤을 것이라고 오는 14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빗 브라운 베어스턴스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경제성장은 어려움에 처해있다"면서 "경기침체 위험을 소극적으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유로존이 운이 좋다면 1.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03년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유로존의 이 같은 부진은 대부분 미국에 기인하는 것이다. 우선 BNP파리바 등 유럽 은행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나 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수출기업들은 달러 약세와 미국 수요 감소로 실적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잔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와 리처드 버너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기에 돌입했다"고 밝혔지만, "그러나 이번 침체는 미온적인 수준으로 오래끌지 않고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속한 금리 인하 美, 유럽은 느림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5개월동안 기준금리를 5.25%에서 3%로 2.25%p 인하했다. 의회는 지난주 168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승인했다.

그러나 유럽의 정책적 처방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ECB는 기준금리를 4%에서 8개월동안 동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14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로화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셰 총재가 지난주 5년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올 하반기까지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역시 말해 금리 인하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직까지 유럽의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경제학자들은 거의 없다. 주택 가격 거품 붕괴는 스페인 등 몇개 국가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머징 국가의 수요가 미국과의 무역 감소를 상쇄해주고 있다.

◇ 유럽 재정 경기부양책 쉽지 않다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유로존 15개국의 공통적인 재정정책 시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이미 유로존의 국내총생산( GDP)의 3% 한도에 가까울 정도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 15개국이 동시에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 스페인은 재정흑자를 이용, 오는 3월 선거 이후 감세 정책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재정균형을 맞춘후 다시 재정정책을 써 적자로 돌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마이클 흄 리먼브러더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각국의 예산 상황은 모든 국가들이 경기부양책에 나설 정도로 그다지 건강해보이지 않는다"면서 "독일은 충분히 할 여력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하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 노동유연성 부족도 침체 악화 요인

유럽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미국보다 떨어지는 점도 악재다. 유럽 기업들은 경기 침체시에도 미국보다 더 많은 직원수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는 기업들이 순익을 회복하는 것을 늦어지게 만든다고 ABN암로는 지적했다.

펠프스는 "유럽에는 감원이란 거의 없다. 그리고 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도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경기침체가 오면 비교적 자유롭게 감원에 나서고, 임금을 깎는다. 이러한 유연성은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본 틀이 됐다.

하지만 유럽은 보다 엄격한 노동법으로 규제되고 있어, 이를 시행하기란 어렵다. 이러한 차이가 경쟁력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유로지역 이코노미스트인 자크 카이유는 "유럽이 결국 미국보다 더 큰 생산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럽 아직 침체 빠지지 않았다 "낙관론도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은 아직 나쁜 시기에 빠지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호세 바로소 위원장은 "유럽의 경기침체를 우려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ECB가 금리 인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유지될 전망이다. 우선 유럽 기업들간의 경쟁은 미국보다 약하다. 그리고 고용 및 임금 유연성도 미국에 비해 떨어진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하락폭이 유럽의 3배 가량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홀저 슈미에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안정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면서 ECB는 미국 연준의 뒤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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