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곳곳에 급매물..10만弗 바겐세일도"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2.11 10:50

미국인 61% "미국 경제 이미 침체"

60%가 넘는 미국인들이 이미 국내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시장조사전문기관인 입소스(Ipsos)와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10일 보도했다. 응답자의 61%가 미국 경제가 침체로 고통받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마지막 침체는 2001년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워터포드에 사는 힐다 산체스(44)씨는 "우리나라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확신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산체스는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이 급등해 평소 쉽게 구입하던 물건도 사지 못하고 있다. 번번한 상표가 붙지도 않은 식료품을 구입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미국인에게 주택시장과 모기지 시장의 붕괴는 특히 걱정스럽다. 제때 모기지 대출 금리를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시 부시 대통령도 지난 일요일 TV에 출연 "분명히 주택시장이 깊은 근심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집 값이 급락하며 많은 사람들을 궁지에 몰고 있다"고 인정했다.

가뜩이나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팔리지 않는 집이 늘고 있다. 건설업자들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그리어에 사는 60세의 짐 심스씨는 "팔기 위해 내놓은 집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우리 동네만해도 35~40채 정도가 대기중이다. 그런데 잘 팔리지 않는다.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의 루이스파크 가에 사는 나네트 다린(52)씨는 현재의 상황을 "매우 겁난다"고 표현했다. 그는 "최근 집을 팔려 했는데 안팔렸다. 별수 없이 일주일만에 애초 가격보다 10만달러 이상 싸게 다시 내놓았다"고 말했다.


2007년 한해 미국 경제는 2.2% 성장했다.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02년은 2001년의 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던 때였다. 지난 4분기 미국 GDP는 주택 가격 급락과 신용시장 경색 영향으로 0.6% 성장하는데 그쳤다.

고용시장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1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만7000명 감소했다. 4년여만에 처음이었다. 산체스씨는 "사람들이 실직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 심리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다.

고용이 줄어드는 반면 물가가 급등, 인플레이션을 적용한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은 지난해 평균 0.9% 줄었다. 2006년에는 2.1% 증가했었다.

주식시장 급락도 큰 고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유 돈과 일부 대출을 통해 주식을 사거나 펀드에 가입해 오랜기간 적지않은 재미를 봤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급락으로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는 가계 입장에서 보면 미래에 대한 비축금(nest egg)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설문응답자의 59%는 주식을 비롯 은퇴 이후를 대비한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것에 대해 '매우 많이' 또는 '상당히' 걱정한다고 답했다.

AP는 많은 전문가들 역시 설문결과처럼 침체를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이 중단되고 실질적인 위축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기업 부문이 추가로 위축될 경우 소비가 악화되면서 경제 전반을 소용돌이 모양의 하강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연준(FRB)은 지난달 두 차례 금리인하를 통해 기준 금리를 1.25%포인트나 떨어뜨렸다. 공격적인 부양 정책이다. 딘 오브 골든 게이트 대학의 아제노 경영대 교수인 테리 코넬리는 "미국인들은 주택과 주식, 고용 등 경제전반에 대해 매우 불안해한다. 정치적으로도 매우 불확실한 국면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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