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 '日잃어버린 10년'과 닮았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2.11 08:43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급기야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이 미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관련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미국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9일자 기사를 통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 과거 일본과 매우 닮았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가격 급락이 경기 전반을 침체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다만 연준(FRB)의 긴박한 대응과 행정부와 의회의 공조를 고려할 때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침체, 90년대 일본과 많이 닮았다
80년대말까지 장기 호황을 겪은 일본의 경우 90년대 접어들며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이 나타났지만 중앙은행과 정부 관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일부 인사들은 버블을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악성 대출은 쌓여갔고 이같은 금융시장 문제는 소비 둔화와 고용 감소를 통해 실물 경제로 번져갔다.

일본 경제는 장기간 침체에 빠졌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연속이었다. 초고속 성장 모델로 각광받던 일본의 시스템은 무너졌다. 대신 중국이 부상하며 세계 수출시장을 장악해버렸다.

NYT는 이같은 일본 침체의 그림자가 오늘날 미국 경제를 감싸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급락이 경기침체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정보기술(IT) 산업의 높은 생산성에 기반한 미국 경제의 우수성이 근본적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일침이었다.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일본도 그랬다.

미국 경제전략연구소의 클라이드 V.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90년초 일본과 지금 미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닮았다"며 "지금 미국 경제는 매우 허약하다"고 말했다.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일본과의 무역 협상을 맡고 있었다.

미국의 침체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용, 제조업 경기 등 경제를 지탱해온 핵심 변수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침체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체의 깊이와 시간은 은행과 금융기관의 추가 손실과 회복에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은행들이 지금까지 1000억달러 정도의 악성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는데, 신용시장이 붕괴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뿐 아니라 신용카드, 기업 대출의 부도 위험이 급증하면서 이 규모는 10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식 장기 불황은 오지 않을 것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잘하면 일본식 장기 불황은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당시 일본 중앙은행과 재정 담당 관료들은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해 너무 늦게 대처했다. 이에 비해 지금 연준은 최근 두 차례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을 비롯 부동산 침체와 신용경색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초기 인지에는 실패했지만 현실을 확인한 이후 대응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특히 인플레이션 위험이 계속 증가하는 국면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 정도로 중앙은행의 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은 또 중앙은행뿐 아니라 행정부, 의회까지 합세하고 있다. 번 버냉키 연준(FRB) 의장은 2003년 도쿄에서 가진 연설에서 "일본이 장기 불황을 막기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더불어 재정 당국과의 공조가 필요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처럼 미 의회는 최근 168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조속하게 처리했다.

오사카대학의 찰스 유지 호리오카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일본과 달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잘했다. 앞으로도 조치가 필요하면 즉시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관론자인 루비니 교수 조차 미국이 일본을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버블은 일본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S&P의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마지막 침체기였던 2001년에서 최근 버블의 정점이었던 2006년6월까지 82% 증가했다. 현재 집값은 고점대비 10% 가량 빠진 상황이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10~15%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은 85년부터 91년까지 3배 가까이로 올랐다. 이후 14년동안 3분의 2 가량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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