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기러기 아빠의 눈물

최중혁 김은령 기자 | 2008.02.11 09:46

캐나다 1달러> 미국 1달러...송금비용 '역전'

자녀 교육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아내와 자녀를 보낸 의사 김모 씨(42, 대구 수성구)는 요즘 은행 가기가 겁난다. 매월 보내야 하는 학비와 생활비가 1년 전에 비해 20% 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500만원을 보낼 경우 현지에서 받는 캐나다달러는 1년 전보다 1000달러나 줄어들었다. 유학비용이 저렴하고 치안이 좋아 미국보다 캐나다를 선택했는데 지금은 메리트가 거의 없어졌다"는 한숨은 김 씨 한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캐나다에 부인과 자녀를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들의 얼굴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캐나다 달러(루니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송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일 캐나다달러 매매기준환율은 947.69원에 고시돼 1년 만에 150원(19%) 넘게 절상됐다. 같은 날 달러/원 환율은 942.00원이었다. 미국 달러가 캐나다 달러보다 비싸다는 상식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캐나다달러 환율은 1년 전만 해도 700원대(796.17원, 2007년 2월12일)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95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캐나다 달러와 미국 달러간 환율이 역전된 것은 지난해 10월 1일. 31년만에 처음으로 캐나다 달러 가치가 비싸졌다.

캐나다 달러 가치의 고공 현상은 2개월 넘게 지속되다 다소 해소되는 기미를 보였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캐나다달러/원 환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12월 말 다시 역전현상이 나타났고 지난달 말부터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캐나다 주민들이 미국 국경을 넘어 쇼핑하는 외신 뉴스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이에따라 기러기 아빠들은 송금 때마다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부인과 자녀 3명을 캐나다로 보낸 이모 씨(45, 경기 일산)는 "경기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수입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마당에 앉아서 생활비를 20%나 더 보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미 자녀를 보낸 기러기 아빠 뿐만이 아니라 캐나다로 이민이나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광현이'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다음 까페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환율이 미쳤다"며 "1만달러 가까이 환전해야 하는데 도대체 손해가 얼마냐"고 하소연했다.

캐나다 이민을 준비 중인 한 네티즌도 "이제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환율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 졸이고 있다"며 "기적은 없을까?"라며 환율이 떨어지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캐나다달러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캐나다 기러기 아빠들의 애간장을 타게 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캐나다 달러는 미국 달러에 비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기본적으로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달러 약세현상이 자리잡고 있으며 캐나다 달러가 상품 통화여서 유가 등 상품가격에 많이 연동되는 점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불까지 치솟고, 비철금속 가격도 상승하면서 캐나다달러 가치가 덩달아 크게 올랐다는 것.

전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봐서는 달러 약세 현상이 지속돼 캐나다달러 가치의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캐나다 경제도 미국 경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작년같은 가파른 상승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지금 수준 정도를 유지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장의 시각"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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