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전성시대, '금배지'를 잡아라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2.08 11:50

[4.9총선]김호연 빙그레 회장등 30여명 '출사표'

정치권은 '사농공상'의 전통적 위계질서가 여전히 뿌리깊은 대표 영역이다. 국회의원들의 전직을 보면 판·검사, 변호사, 교수 등 이른바 '사(士)' 그룹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반대로 '商(상)'이라 할 만한 기업인 출신은 극소수다. 정계로 진출했다가도 꿈을 접고 금배지를 반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대그룹 CEO 출신인 무소속 이계안 의원은 언젠가 기자와 만나 "정치인들은 경제인들이 돈 버는 문제를 너무 가볍고 쉽게 여긴다. 들어와서 보니 더 하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찾아갔을 때 "여기 와서 왜 사서 고생이냐. 이 의원, 왕따 당하지(웃음)"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기업가 출신 정치인들의 설움과 어려움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 할 만하다. 지난 4년간 고군분투한 이 의원은 결국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가가 '저평가'되던 정치 환경은 이제 좀 달라질까.

전.현직 CEO들의 4.9 총선 출마 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기업 경영자부터 중소.벤처기업 사장까지 금배지에 도전하고 나선 이들만도 줄잡아 30여명에 이른다.

기업인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진 가장 큰 이유는 CEO 대통령의 당선 그 자체에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기업인 출신들의 정계 진출에 현재의 정치환경은 더없이 좋다. 경제살리기가 화두인데다 '친기업' 정부의 탄생으로 민간 경제 영역 전문가들의 활동 보폭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눈에 띄는 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김호연 빙그레그룹 회장이다.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한 김 회장은 이번 총선에서 선친의 고향인 충남 천안을에서 출마한다.


김 회장의 백부인 고(故) 김종철 전 국민당 총재가 6선을 기록한 천안에서 인생 2막을 열겠다는 포부다. 김 회장은 이 당선인이 회장인 매헌 윤봉길 의사 장학회에서 이사로 활동한 개인적 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고향인 충남 서산ㆍ태안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성 회장은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재선 의원 출신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도 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린다. 주 회장은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인을 지원했다.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회장도 사표를 제출하고 서울 지역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학봉 화신폴리텍 대표이사는 서울 중구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이 당선인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중구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인 김세연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는 부산 금정에서 출마한다.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지내고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상은 전 대한제당 대표이사는 인천 중ㆍ동ㆍ옹진 선거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신우섭 (주)신한종합건설 사장은 최근 울산 북구에 도전장을 냈다.

여유현 오디세이아 대표는 경기 용인갑, 우태주 라인텍 대표는 용인을에 각각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조희욱 MG테크그룹 회장은 경남 밀양.창녕에 출마할 계획이다.박근혜 전 대표의 홍보기획단장으로 일했던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경기도 하남에서 출마한다.

대표적인 CEO 정치인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인수위 자문위원인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의 한나라당 비례대표 선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들 대부분이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이 기업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정당인 이유도 있지만 50%에 육박하는 정당 지지율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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