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사고 유조선도 '책임회피' 돌입?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02.06 17:02

"법원 수용시, 30~90일내 피해액 증명·신청 없으면 보상불가"

지난달 30일 삼성중공업이 "선박 충돌사고는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 호 측의 안일한 대응으로 발생한 것이지 우리 측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낸 가운데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도 책임회피를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녹색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유조선 측 소송대리인(변호사단)은 지난달 15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책임제한개시' 신청을 청구했다.

유조선 측은 "이번 사고로 인한 배상액이 (유조선 측의) 책임한도인 1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책임제한이 신속히 개시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이 책임제한개시 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결정하면, 충남 태안 일대를 비롯한 서해안 전역 피해 주민들은 자기가 입은 피해 내역을 결정일로부터 30~9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이 기간동안 피해액을 신고하지 못하면 피해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산물 피해자들이 결성한 대책위원회의 피해액 감정절차도 내년 3월이 돼야 끝나고 그 외의 피해주민들도 피해액 감정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번 기름유출 사고의 피해범위와 피해액을 추산해보더라도 피해청구까지 최소한 1년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조선 측이 '허베이스피리트호 센터를 설치해 피해액을 신청받아 사전에 필요하다면 피해액을 선지급하겠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유조선 측 손해감정인들은 피해감정을 위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검증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피해 주민들은 그간 기름유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제작업에 몰두하느라 피해액조차 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 주민들이 아무도 피해액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방법으로 선지급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주민 측 소송대리를 맡은 남현우 변호사는 "국내외 어디에서도 책임제한 개시신청을 이처럼 빨리 낸 사례는 없었다"며 "피해배상액을 1300억원 이상으로 책정해 이를 명시적으로 청구했을 때 비로소 책임제한신청을 내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유조선 측이 피해액 산정을 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없애 배상액 자체를 줄이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체 센터를 운용해 피해액을 선지급하겠다는 것도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에는 이 유조선과 충돌한 크레인선의 소유사인 삼성중공업이 "선박 충돌사고는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 호 측의 안일한 대응으로 발생한 것이지 우리 측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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