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선배님 밖에는 국민이 요구하는 반성과 쇄신을 앞장서서 끌어낼 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지기 역할이라도 하겠습니다"(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이 5일 마주 앉았다. 대선 패배 뒤 처음이다.
이날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이뤄진 조찬회동은 최근의 화합 분위기가 물씬 배어났다. 두 사람 모두 한 목소리로 '반성'과 '쇄신'을 거론하며 당 화합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우리가 국민들에게 따끔한 질책을 받았으니 반성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만 그때 비로소 국민들이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화합과 쇄신,자기 희생을 위해 도와달라"고 정 전 장관에게 당부했다.
정 전 장관은 "김구 선생께서 독립된 나라에서 문지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그런 생각"이라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이어 "작년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손 대표가 앞장서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며 "좋은 야당, 강한야당 만들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동으로 두 사람은 '손-정 갈등설'을 잠재우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단 평이다.
최근 신당엔 공천을 앞두고 호남 물갈이론이 등장했다.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강력한 당 쇄신을 천명한 손 대표가 정 전 장관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정 전 장관은 지지자들과 대규모 산행에 나서면서 손 대표에 맞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급기야 탈당 뒤 제3지대 신당을 세울 거란 창당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지난 2일 손 대표와 통화한 뒤 3일 속리산 등반길에 당 잔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손 대표가 만남을 요청, 두 사람은 대선 뒤 처음 마주앉았다.
회동 뒤 우상호 대변인은 "반성과 쇄신, 화합을 해나가면 국민들께서 건강한 야당의 손을 잡아줄 것이고 당이 하나가 돼 야당다운 야당의 길을 가면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데 두 분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또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의 활동에 대해서도 "정부조직개편, 영어몰입교육 등에 국민이 불안을 느끼는 데 대해 우려스럽다는 걱정을 나누고 이러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우 대변인이 전했다.
공천심사위 구성과 관련 정 전 장관은 박재승 공심위원장 인선을 높이 평가, 손 대표의 결정에 무게를 실어줬다. 다만 총선 출마 등 거취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동엔 신당에선 이기우 대표 비서실장과 유은혜 부대변인, 정 전 장관측에선 김현미 박영선 의원 등이 동석했으며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식사 뒤 약 30분간 독대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