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비자금 조성·용처 수사'에 사활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 2008.02.06 09:50

"한정된 시간 저인망식 수사보단 속도전 필요" 지적

"참고인들만 부르다 수사를 끝내지는 않겠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특별검사팀 관계자의 말이다.

이같은 언급은 좀 더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에 수사력을 모으겠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다수의 사건 참고인들만 소환하다가 수사가 종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론처럼도 들린다.

특검팀은 주어진 시간 105일 중 한달여를 사용하면서, 지금껏 비자금 조성과 용처 규명이라는 사건의 본질엔 접근하지 못한 채 주변부만 맴돌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남은 기간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선 그동안의 저인망식 수사 보다는 필요한 부분에 수사력을 모으는 '외과의사식 조사'와 '속도전'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핵심 관계자 기소만 남은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수사

조준웅 특검팀은 현재 세가지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 조세를 포탈했다는 의혹과 비자금 조성 및 조성된 비자금을 통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 그것이다.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은 핵심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만 남았다는 게 검찰 주변의 해석이다.

앞서 검찰이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만 기소한 만큼 공범들에 대한 기소는 '판단'의 문제라는 것.

검찰은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을 기소하면서 이건희 회장을 조사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회장과 이재용 전무 등에 대한 조사 및 기소 여부가 경영권 승계의혹과 관련한 특검팀 수사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특검팀은 조성한 비자금을 차명 계좌를 통해 관리한 '운영자 혹은 관리자'를 찾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차명 계좌에 저장된 비자금이 각종 로비 명목으로 정·관계에 흘러들어갔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에 신빙성을 두고 있는 것.

그러나 전직 삼성 임원이 차명 계좌를 시인한 것 외에는 좀처럼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특검팀은 비자금 관련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를 이번 사건의 최대의 승부처로 보고 있지만, 사건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지 않아 '고민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물을 찾기 위한 조급함이 부실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법조계 인사들의 지적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자금 조성이 일차적 범죄라면 조성된 비자금으로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것은 범죄의 재생산"이라며 "조준웅 특검팀이 사건의 핵심(비자금 용처수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자금 조성 경로와 규모 파악을 위해 특검이 차명 의심 계좌의 주인들을 소환하는데 너무나 많은 공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수사의 효율성에 대한 지적도 했다.

앞서 검찰은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본·감찰 수사를 진행하면서, 출금된 인사들 중 관련 혐의나 증거을 찾지 못한 인사들이 다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일례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등 몇명의 전직 임원들 경우 관련 혐의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차명 계좌를 개설하는 데 도와준 금융기관 직원만이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고 있어, 이들을 처벌할 법규를 찾지 못했다는 것.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하거나 수사에 비협조적인 삼성 전직 임원들의 속내도 이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직 삼성 임원들 대대수도 특검 조사에서 "계좌가 본인 소유"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특검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과 집중 통해 수사 효율성 필요

삼성 비자금 의혹수사는 특검에 앞서 검찰 특본 수사가 있었지만 또 다시 검찰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삼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의혹이 한정된 특검팀 수사를 통해 밝혀지기엔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할 수 있는 것과 시간상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집중해야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하지 않은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에 특검수사가 집중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비자금을 어디에 썼느냐가 이번 수사의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선 대략적인 비자금의 규모를 파악하는 게 일차적인 과제다"고 말했다.

특검팀도 수사의 효율성을 찾아 잰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여러 곳에서 관측된다.

특검팀은 조만간 국세청으로부터 삼성 임원들의 과세 관련 자료 등을 넘겨받아 차명 계좌 개설 및 비자금 관리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로부터 넘겨 받은 300여개 차명계좌 중 분리 작업을 통해, 비자금 저장고로 의심되는 계좌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자금 저장고로 의심되는 차명계좌를 관리한 삼성증권 직원과 구조본 관계자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끝나면, 비자금 규모가 밝혀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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