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맡긴 세뱃돈, 어디로 갔나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02.08 16:00
어린이들에게는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설날이 가장 큰 '횡재'의 기회다. 세뱃돈으로 두툼진 주머니는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로 만들어준다.

이때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세뱃돈 엄마에게 맡기렴. 잘 보관했다가 줄게."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주체하기엔 너무 큰 돈을 갖고 있는 것이 걱정이 될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가 세뱃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부모의 신뢰는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영악해질 대로 영악해진 아이는 다음부터 "퍽이나 돌려주겠수"라고 대꾸하기도 한다.

이런 실수는 자산관리전문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박주한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의 세뱃돈을 받아뒀다가 생활비로 써버린 경우도 있었는데 나중에 아이들한테 미안하더라고요"라며 "이제는 아이들의 세뱃돈으로 펀드를 가입해 주고 있답니다"라고 털어놨다.

세뱃돈,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투자를 가르쳐주는 가장 좋은 기회다. 자녀와 함께 펀드를 가입하거나 자녀에게 주식을 사 줄 수도 있다. 증시에서 10억원 이상을 벌고 창업까지 한 대학생 신태용 씨의 경우 중학교 입학선물로 아버지께서 사주신 1만원짜리 주식 30주가 투자의 눈을 뜨게 해줬다.

◇자녀와 함께 펀드에 가입해보자

예전에는 자녀가 받은 세뱃돈으로 예금이나 적금통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대세였다. 최근에는 펀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펀드는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수익률도 예적금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투자교육에는 펀드가 제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국민은행에는 어린이를 위한 차세대 적금이 있었지만 이제는 펀드 투자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적립식이라도 굳이 매달 입금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아이가 용돈이 생길 때마다 넣도록 유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도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아이가 투자의 개념을 이해하게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다"며 "어리다면 5~6살일테고 보통 15~20세이므로 10년 이상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고등학교까지 학비로 쓴다든지 만기나 졸업 때 어떤 것을 하자고 약속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꿈이나 미래를 위해 하나씩 모아가는 통장이 되는 셈이다.


단 몇 주라도 주식을 사줄 수도 있다. 박주한 팀장은 "아이가 중고등학생 정도라면 관심있어하는 종목의 주식을 사서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좋다"며 "만약 인터넷으로 네이버를 많이 쓴다면 네이버 주식을 사주면 된다"고 말했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

세뱃돈으로 펀드를 가입하거나 주식을 사주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아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투자금은 무용지물이 된다. 지속적인 투자의 중요성과 재미를 깨우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김창수 팀장은 "아이가 투자를 이해할 수 있다면 통장은 아이에게 맡기는 게 가장 좋다"며 "펀드는 언제든지 입금할 수 있고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용돈 중 일부를 꾸준히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투자의 습관을 기르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이어 "만약 아이가 용돈 중 얼마를 입금하면 엄마도 그만큼 함께 투자한다는 약속을 하면 저축의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며 "1년에 두 번, 설날과 추석에 어느 정도 불어났나 함께 점검하고 체크하면 아이의 투자기쁨이 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일 팀장은 "펀드에 투자한다면 전액을 넣지말고 일부는 유동자금으로 남겨 필기구를 사게 하는 등 용돈으로 쓰게 해 주는 것도 좋다"며 "쓰는 재미는 돈 관념을 키워주고 투자한 돈은 한두 달 뒤 늘어난 금액으로 자신감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또 "어린이용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이용하게 하면 일기도 쓰고 용돈을 규모있게 사용하도록 이끌어 줄 것"이라고 제시했다. 어린이용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대형 서점의 프랭클린 플래너 매장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번 설날을 이용해 아이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신 팀장은 "아이를 위해 이전에 가입한 적금이나 보험을 다시 한 번 세심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연수익률 4%짜리 예적금이나 큰 의미없는 저축성 보험이 있다면 이번에 받은 세뱃돈과 함께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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