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삼성특검', 수사 어디까지 왔나

류철호 기자 | 2008.02.03 16:03

비자금 실체 규명될지는 미지수, 승계 의혹 등은 수사 본격화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4일로 출범 26일째를 맞고 있다. 최장 수사기한(105일)의 5분의1을 사용, 수사가 '중반전'을 향하고 있다.

그동안 특검팀은 비자금의 실체 규명을 위해 임직원 명의로 된 차명의심계좌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60여명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을 무더기 소환, 계좌 개설경위 등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물증 확보를 위해 이건희 회장 자택과 이 회장 집무실인 '승지원'에 이어 용인 삼성에버랜드 창고, 비밀금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화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와 향후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특검의 수사 결과가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공’이 다시 검찰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비자금 실체 규명, '갈 길이 멀다' = 특검팀은 출범 직후 삼성 사건을 먼저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로부터 방대한 양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았다.

이를 토대로 130여명의 전. 현직 삼성 계열사 임직원 명의로 된 300여개의 차명의심계좌 명의자들을 수사대상에 올려 놓고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 현직 삼성 계열사 소속 ‘재무통’ 인사들을 줄 소환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돈을 보유하게 된 경위를 추궁했다.

그러나 사건 핵심 관련자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면서 실체 규명에는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참고인 대부분이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금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계열사 임원이 "계좌 개설 사실을 전혀 몰랐고 계좌에 든 돈도 내 것이 아니다"라며 차명계좌를 시인했지만 특검팀은 나머지 명의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별다른 수확은 거두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지름길'인 비밀금고를 찾기 위해 삼성 본관과 삼성화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문제의 비밀금고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언론 보도 이후 확인 작업 차원에서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서 ‘뒷북수사’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특검 수사가 당초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이번 특검 수사의 성과를 의심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특검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특검팀은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차명의심계좌가 개설된 금융사 등에서 계좌 추적 작업을 벌임과 동시에 삼성 임직원들과 관련된 전산자료가 보관돼 있는 과천 전산센터 등에서 물증을 찾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차명의심계좌 수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조만간 차명계좌의 실체를 밝혀 반드시 비자금 조성 여부와 관리 실태를 규명 하겠다"고 밝혔다.

◆편법 경영권 승계 및 로비 의혹 수사 = 수사초기 차명의심계좌 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특검 수사가 경영권 승계 의혹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차명의심계좌 수사가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면 수사를 종결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수사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우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발행 사건, e-삼성 주식매입 사건 등과 함께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된 특검 수사 대상이다.

이에 최근 특검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채를 발행할 당시 상부로부터 긴급자금 600억여 원을 조달할 계획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기안을 했다"고 증언한 이 회사 전 직원 유모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삼성SDS는 지난 1999년 2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 등에게 23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주당 7150원)를 발행,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참여한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특검팀은 법원으로부터 에버랜드 사건 재판기록을 넘겨받아 관련 수사를 병행할 계획이며 조만간 이들 고소. 고발사건에 연루된 전. 현직 임직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이 회장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와 그룹 내부에서 조직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 정. 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 검찰로부터 'X-파일'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따라서 'X-파일' 사건 수사 당시 삼성으로부터 이른바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전. 현직 검사와 정치인 등도 조만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비자금 수사의 원천인 'X파일' 사건 수사기록을 검토해 삼성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물론 정. 관계 로비 의혹의 진상도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눈물' 등 고가 미술품 수사 = 삼성가가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행복한 눈물(로이 리히텐슈타인 작.1964)'이 지난 1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과연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인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지난해 삼성 비리 의혹을 폭로하면서 "이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해외에서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행복한 눈물'은 추정 감정가가 무려 1000만 달러(한화 약 95억원)를 육박하는 작품으로 이 회장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을 대신해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그림이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홍 대표를 상대로 그림 구입경위와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조사를 벌여 관련 의혹의 실체를 파헤칠 방침이다.

만일 이 그림이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삼성 비자금으로 구입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삼성가 안주인들도 특검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김 변호사의 주장에 신빙성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림을 공개한 홍 대표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직접 구입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일부에서 제기된 '대리 구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고가 미술품 수사가 뭉칫돈의 흐름을 밝혀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홍 대표 등을 조만간 재소환해 구입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완결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삼성의 조직문화 특성상 특검팀이 진실을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특검 수사는 국민적 염원이 담겨 있는 만큼 특검팀이 철저한 수사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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