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돋우는 '교육비리특별법'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02.04 10:16

시민단체 등 "사학비리 척결위해 필요"..인수위선 난색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순미(39세, 가명) 씨는 최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둘째 아이를 사립 초등학교로 보냈다. 월 7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부담이긴 하지만 첫째 아이 담임선생 때문에 겪어야 했던 악몽을 떠올리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기회비용이라 여기고 있다.

K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 아이는 1학기 때까지만 해도 담임교사의 표현처럼 ‘손 댈 데가 별로 없는’ 모범생이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차별대우한다고 늘 투덜대긴 했지만 그 때마다 김씨는 선생님에게 그런 말 하면 못 쓴다며 꾸짖고 잘 타일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불만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쌓여만 갔고, 결국 상황은 아이가 점심을 거르고 공부도 하지 않는, 반항 단계로까지 악화됐다.

아이의 불만은 이랬다. 똑같은 잘못을 해도 어떤 아이는 그냥 넘어가고, 어떤 아이에게는 무거운 체벌이 가해졌다. 이른바 ‘찍힌’ 아이에게는 같은 반 전체 학우들이 자신의 잘못을 적어 놓은, 일종의 연판장을 들고 공산당식 자아비판을 하게 했다.

수업시간에 툭하면 자습을 시키며 학교는 인성교육을 시키는 곳이니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하라는 희한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참다 못한 아이들이 ‘제대로 가르쳐 달라’는 내용의 연대 서명 항의문을 교장실 앞 ‘소리함’에 수차례 넣었지만 그래도 바뀌는 건 전혀 없었다.

김씨는 아이의 학습태도가 불량하다며 수 차례 학교로 불려갔고, 그 때마다 마음에도 없는 잘못을 싹싹 빌어야 했다. 결국 담임으로부터 ‘도장 갖고 와서 당장 반을 바꾸라’는 고래고래 고함소리까지 듣고서는 억울한 마음에 다른 학부모들과 교육청에 찾아가 고발이라도 할까 했지만 당장 아이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무서워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기자를 하다 보면 전공을 불문하고 “우리 애 선생 기사 좀 써 달라”는 청탁(?)을 심심찮게 받게 된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촌지를 요구한다느니, 촌지를 바라는지 아이를 정말 교묘하게 괴롭힌다는 스토리가 거의 주류다. 그러면서 꼭 이런 말도 덧붙인다. “이런 스트레스는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환장할 노릇”이라는 말.

물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성심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는 선량한 선생님들이 여전히 대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얘기들이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여전히 교육이라는 논에 모 말고 피도 많은 모양이다. 피는 솎아내지 않으면 농사를 망친다. 자칫 관리를 게을리 하면 모보다 피가 많은 논도 생긴다.

이에 일각에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처럼 ‘특정교육범죄가중처벌법(교육비리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강한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지자체와 단위학교의 자율이 대폭 확대되면 교육비리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교원조합 대표를 맡으며 ‘3대악(촌지, 폭력, 차별) 추방운동’을 펼쳐 온 조전혁 인천대 교수(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근 자문위원)는 “인수위에서 전혀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국회의원이라면 추진할 것”이라며 특별법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나는 국회의원이 아니고, 국회의원이 될 생각도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은 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시민단체 등에서 입법청원 운동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또한 “사립재단 비리척결은 매우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교육비리 관련 법률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고 이는 사교육비 감소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도 충분히 교육비리를 근절할 수 있으므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인수위 자문위원인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지금도 교육청 등에서 직접 감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감사원이나 검찰에서 조사할 수 있다”며 “문제가 있으면 현행 법 체계 내에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규제완화가 대세인데 오히려 법률을 따로 만들면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열 경남대 교수(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자문위원) 또한 “새 정부가 추진하는 단위학교 자율역량 강화 내용에는 자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포함돼 있다”며 “교육분야가 다른 분야보다 더 깨끗해야 하긴 하지만 특별히 규제가 더 강화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