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냥갑아파트 퇴출과 건축주의 변명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8.02.05 07:39
"아파트 디자인에 신경 많이 썼지만 재심 결정을 받았습니다. 공사기간이 2~3달 늦춰질것 같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제2차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재심 결정을 받은 한 건축주의 말이다. 그는 재심 판정으로 금융·설계비용 등 수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 같다고 불평했다.

건축위는 이날 5건의 심의안 중 4건에 대해 디자인 미비를 이유로 재심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선언한 후 시의 건축심의가 강화된지 5개월여가 지났지만 재개발·재건축아파트는 여전히 성냥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번, 네번 심의를 받는 안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서울시의 건축심의가 건축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세번의 심의를 받고 통과한 한 건축주는 "건물 외관도 중요하지만 아파트 내부도 무시 못한다는 현실을 시에서 알아줬으면 한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외관만 뻔지르한 아파트를 만들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여러차례 심의를 받는 동안 공사 일정이 6개월 이상 지연돼 수십억원의 비용이 더 들었다고 토로했다.


건축주들은 '건축 현실'을 운운하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지만 십년후 서울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성냥갑 아파트는 사라져야 한다.

서울시는 지금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를 꿈꾸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시책의 절반 이상이 '디자인'관련 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아파트들도 이제는 '디자인'을 입어야 한다.

오는 4월부터 서울시의 건축심의는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기존 성냥갑 아파트를 고집하던 건축주들의 심의 통과는 불가능해져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불 보듯 뻔하다.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건축주들은 서울시의 건축심의 기준에 불만을 늘어놓기보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도 디자인 가이드북을 배포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 '디자인도시 서울'은 시민들과 함께 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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