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고 꼬여만 가는 한나라당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8.02.01 16:19
한나라당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못해도 과반 의석 확보"라던 느긋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분당" "파국"이란 말이 더 자주 들린다.

게다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겉은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간 싸움이지만 속은 훨씬 복잡하다.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친 박근혜)'간 대결도 뛰어 넘는다. 공천에다 차기 당권, 차기 당권이 오묘하게 얽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형국인 셈이다.

◇姜 강경, 朴 우회 압박 = 강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에 힘을 싣기로 마음을 굳혔다. 1일 새벽 12시 20분쯤 자택 회견을 자청, "대표가 물러가든 사무총장이 물러가든 (해야) 내가 대표를 할 수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노림수는 여러 개다. 우선 당 대표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총선을 강 대표 체제로 치르겠다는 의도다. 현재 당 최고자리인 '대표'를 이용해 한단계 아래인 '사무총장'을 압박, 당권 장악을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차제에 친이 진영과 친박 진영간 갈등을 매듭짓겠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아울러 차기 대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노림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어찌됐든 박 전 대표 측으로선 지원군을 만난 셈이다. 이들은 "늦은 감은 없잖지만 할일을 하셨다"며 반기는 분위기. 그러면서 "탈당 불사"를 외쳤던 전날과 달리 한발 빼고 잠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친박계 한 의원은 "어차피 대표가 그런 말을 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당이라면 어떻게 사무총장이 대표를 이길 수 있냐"라고 했다. 현재 상황에선 굳이 나서서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양보 없는 이방호 = 강 대표와 친박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이 총장도 강경하다. "한치의 후퇴도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문제를 촉발시킨 당규 3조2항에 대해서도 "특정인 때문에 당규를 허물라는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이 공심위원도 맡고 있는 만큼 사실상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강 대표의 회견 내용에도 "대표로서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박 전 대표도 모든 문제에 있어서는 당헌당규대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李의 선택은 = 이같은 대결양상이 치열하자 자연히 이목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쏠린다. "공천은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이 당선인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다.

당내 공천 상황에 대해 일절 언급을 피해오던 이 당선인은 강 대표까지 전장 속으로 뛰어들자 한마디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며 "서로 대화로 문제를 원만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원론적이고 짧은 입장 표명은 '실용' '일하는' 이미지를 쌓고 있는 인수위 활동 중에 정치적 발언으로 괜한 오해를 사기 싫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특히 안정 의석 확보를 위해선 당 분열만큼은 피해야 하는 만큼 강경한 '친이 의원'들을 조심스레 다독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상득 부의장을 비롯 중진그룹들이 중재안 마련에 노력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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