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짜릿한 펀드ㆍ편안한 펀드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 2008.02.01 10:33
 
짜릿한 것이 좋을까, 편한 것이 좋을까. 스포츠에서 "야구가 좋아?, 축구가 좋아?"라고 질문하는 것이나 악기를 놓고 "피아노가 좋아, 바이올린이 좋아"라고 질문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 이 둘은 장르와 스타일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이 둘은 취향에 따라 좋아함과 싫어함만 있을 뿐 둘 중 하나의 잣대로 다른 하나의 우열을 논할 수 없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짜릿한 오르락 내리락이 없다면 시체다. 모험적인 것에 모험이 없으니 정신이 빠진 것이고 아무도 안탈 것이다. 그런데 출근 버스나 택시가 간담이 서늘한 롤러코스터 운행을 한다면 그 또한 정신나간 일이요, 타기 싫을 것이다.

 둘 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이며, 하나로 다른 것을 비난할 수 없고 또 도태시킬 수 없다. 롤러코스터만 있는 세상은 불안해서 살 수 없고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욕구를 느끼게 하는 부침이 없는 세상도 밋밋하다.

 펀드시장도 이와 같다. 시장이 좋을 때 많이 벌고, 시장이 나쁠 때는 손실도 감수하는 고수익·고위험형 펀드에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평탄한 수익률을 주는 저수익·저위험형 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펀드가 존재하는 것이 좋다.

 전자는 짜릿한 펀드고, 후자는 편안한 펀드다. 어떤 스타일이든 끝까지 길게 가보면 누가 열심히 했는가에서 비롯되는 차이만 남고 평균적인 수익률은 비슷해진다.

 우리나라 주식형펀드 시장을 보면 수탁액 1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펀드를 정점으로 여타 운용사와 펀드들이 `따라갔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미래에셋을 따라 사고 시장이 나쁠 때는 미래에셋이 보유한 종목을 기피하는 구조다. 이런 행태로는 아름다운 펀드시장을 갖기 힘들다.


 미래에셋 주식형펀드는 몇몇 유망업종에 집중하는 투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산별ㆍ지역별 투자비중이 정해져 있는 글로벌, 혹은 지역 주가지수를 답답할 정도로 추종하는 벤치마크형과 다른 신축적 포트폴리오(flexible portfolio) 스타일이다. 디스커버리ㆍ인디펜던스ㆍ차이나솔로몬ㆍ인사이트펀드 등은 버전이 다를 뿐 스타일은 같다.

 벤치마크형 스타일을 잣대로 신축적인 스타일의 펀드가 황당하다며 비난할 일도, 반대로 신축적인 스타일을 기준으로 벤치마크형 스타일이 고리타분하다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시장부침에 따른 변동을 더 받느냐, 덜 받느냐 차이일 뿐 결국 성과는 누가 제대로 된 스피릿과 전략을 가지고 열심히 하느냐로 결판난다.

 미래에셋 주식형펀드는 고위험ㆍ고수익 쪽으로 스펙트럼이 가 있다. 경쟁자들이 해야 할 것은 미래에셋의 스타일을 가지고 지지고 볶고 할 것이 아니라 미래에셋과 다른 스펙트럼의 펀드를 일구고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손실률은 25.5%다. 미래에셋의 대표 펀드들이 최근 시황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운용사 펀드가 월등히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들 상승장에서 뭘 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서로 다른 스타일ㆍ장르는 존중하면서 자기 비전을 이루는 데 충실해야 함께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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