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80명, 대운하 저지 나서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01.31 16:34

"학자양심 버린 것" "영혼없는 전문인들"… 대운하 찬성론자 비판



서울대학교 교수 80여명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을 결성하고 대운하 사업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수모임은 31일 서울대 법대100주년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한반도 대운하-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경제·공학·환경·문화 등 각 분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김정욱 환경대학원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 운하의 사례를 들며 "물에 비린내가 나고 토양이 유실됐으며 물새의 90~95%가 사라지는 등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운하 건설에 3000억달러가 들었는데 이의 복원에는 3조달러가 들었다"며 "그나마도 운하 건설 이전 상태로 되돌리지 못해 운하 물줄기 옆에 원래의 물길과 비슷한 작은 물길을 낸 것에 그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물이 고이면 썩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도 찬성론자들은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가 막힌 소리를 한다"며 "기초 타당성 검토나 환경영향성 평가도 거치지 않은 사업을 어거지로 추진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날 행사에 초빙 강연자로 참석한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대운하 찬성론자들이 사업비용은 축소하고 편익은 부풀린 대표적 사례"라며 "경제학의 ABC도 모르는 이들이 엄청난 사업을 기획·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홍 교수는 "실제로 운하를 이용하게 될 국민·화주(貨主)나 해운·항만업자들에게 어떤 편익이 있는지가 정말 중요한 것인데도 국가·건설업체의 입맛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운하 사업의 타당성을 억지로 끌어대려다보니 사업비용 대 편익이 1 대 2.3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며 "이들은 학자적 양심을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도 강연을 통해 "200여년 전에 (유럽 등지에서) 운하가 활성화됐던 건 운하가 당시의 산업구조에 맞았기 때문이며 지금 우리나라 구조에 그대로 적용할 게 못된다"며 "인수위내에서도 홍수 위험 등 대운하 사업의 문제에 대해 알면서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 것은 '영혼 없는 전문인'들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교수모임의 대변인 격인 정용욱 국사학과 교수는 "겨울 휴강 때라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지 못했다"며 "늦어도 3월까지 현재 80명 규모인 발기인 수를 300명으로 늘려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석 규모인 기념관 대회의실 좌석은 서울대 교수와 학생, 취재진들로 가득차 이번 모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아래는 교수 모임 발기인 명단.

■ 공동대표 (이하 가나다 순)
△김상종 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정욱 환경대학원 교수 △송영배 인문대 철학과 교수 △이준구 사회대 경제학부 교수

■발기인 명단(총 80명)
강명구 계승혁 고철환 구인회 권순만 권태억 김도균 김명환 김민수 김상종 김성희 김세균 김원 김인걸 김정욱 김정희 김종일 김진수 김춘수 김형숙 노상호 노유선 문중양 박찬욱 박현섭 박흥식 박희병 변창구 변현태 배은경 배철현 백도명 백정화 백창재 송영배 신하순 안삼환 오명석 우희종 유용태 윤순진 윤여창 윤제용 이기영 이돈구 이상찬 이선복 이성중 이애주 이용환 이은주 이일하 이준구 이준호 이현숙 이해완 임종태 임현진 임홍배 장경섭 장진성 정근식 정긍식 정영목 정용욱 정원규 조국 조영남 조은수 조흥식 차동하 최갑수 최경호 최권행 최무영 최세영 최영찬 한정숙 홍성욱 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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