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잉글리시 프렌들리'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1.31 14:58

아침 인사는 "굿모닝" 영어로···외국인 접견 '반쪽 통역'으로

# 장면 하나.

지난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간사단회의. 모처럼 인수위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에 영문 홈페이지 운영을 지시했다. 외국인과 내외신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각종 브리핑과 정책을 영어로도 서비스하라는 것.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 브리핑 내용도 영문으로 번역해 홈피에 게시하라는 이 당선인의 지시가 있었다"며 "준비되는 대로 빠른 시일내에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틀이 지난 20일, 인수위 인터넷 사이트에는 영문 홈페이지가 추가됐다.

# 장면 둘.

인수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영어 공교육 완성' 공청회가 열린 지난 30일.당선인 비서실의 백성운 행정실장이 던진 농담 한 마디에 회의 장소인 인수위 소회의실은 웃음 바다가 됐다.

회의가 이른 아침에 시작된 터라 지각자가 속출하자, 백 실장이 "오늘 영어로 회의를 하는 줄 알고 (간사들이) 안 오나보다"고 농을 던졌고 이어 농담 릴레이가 시작됐다.

"그럼 나는 (영어를 못하니) 나가야겠네(진수희 정무 분과 간사)" "나도 가야 한다(김형오 부위원장" "오늘 영어 강의는 박 진 의원이 한다(최경환 경제2 분과 간사)"는 말이 나왔다. 영어 외 교과목도 영어로 가르치는 '몰입(immersion) 교육'을 빗대 이른바 '몰입회의(?)'가 농담의 주제가 된 한바탕 촌극이었다.

# 장면 셋

31일 아침 이 당선인이 참석한 인수위 간사단회의.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이 당선인에게 "굿모닝(Good morning)"하고 인사를 건넸다. 이 당선인은 "그건 초등학교 1학년도 하는 거 아니냐"고 농섞인 면박(?)을 줬다.

영어로 인삿말을 건네기는 다른 인수위원들도 마찬가지. 서로가 "굿모닝" "하우 아 유(How are you)"라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 장면 넷.

같은 날 오전 인수위 위원장실. 이 위원장이 비센테 곤살레스 로세르탈레스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굿모닝 웰컴(Good morning. Welcome)"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한 이 위원장이 "영어로 (대화를) 할까요? 아니면 통역이...(하나요)"라고 말했다.

결국 이 위원장의 한국어만 영어로 통역하고 로세르탈레스 사무총장의 말은 통역없이 진행됐다. '반쪽 통역'으로 대화가 이뤄진 셈이다.

# 이러다 국무회의도 영어로(?)

인수위의 '잉글리시 프렌들리(영어 친화적. English-friendly)'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웃어 넘길 수 있는 사례지만 도넘은 '영어 사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찬반 여론이 극명히 갈린 민감한 사안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인수위에서 세계화 시대에 맞춰 우리나라 국어를 영어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유은혜 부대변인)"는 극단적 논평까지 나왔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이러다 국무회의도 영어로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영어 공교육 완성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일 뿐이다. 반대 여론을 경청하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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