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훈아와 미래에셋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 2008.01.31 08:45
40년 무대인생의 가수 나훈아씨가 기자회견장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려고까지 했던 것은 시청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부풀대로 부풀어진 근거없는 악성루머가 연예사의 한 시대를 연 연예인을 극단적인 해명행위로 몰고 갈 수 있구나 하는 참담함이다.

여의도에도 루머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펀드수탁액이 55조원을 넘는 국내 1위 미래에셋이다. 이미 지난해말 펀드매니저 선행매매 의혹이라는 거짓 루머로 곤욕을 치렀지만 그 뒤로도 루머는 끊이질 않고 있다.

주가가 급락한 30일, 여의도 증권가에는 또다시 미래에셋 관련 루머가 등장했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도 잠잠해졌는데 느닷없이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이유를 찾는 '루머'가 나온 것이다. 미래에셋이 펀드 보유 주식을 내다팔고 있고 펀드 환매에 대비해 현금비중을 더욱 늘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투자자들을 뜨금하게 하는 이 루머는 메신저를 타고 여의도 곳곳을 누볐다.

시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40포인트 이상 하락한 뒤에 나온 해설성 루머여서 시장에 영향을 줬다고 보긴 힘들지만 또 한번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기자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년초마다 겪는 홍역입니다. 연초마다 많이 오른 종목들은 재물이 됩니다.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지요. 그래도 올해는 너무 심하네요"


그는 루머에 시달리는 게 이골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내달초 미래에셋 보유주식의 지분 변동 공시가 나가면 모든 게 사실이 아님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의 펀드색깔 자체를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환매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루머에도 국내형 펀드의 경우 올들어 단 하루도 순유출이 나온 적이 없다는 답변으로 돌렸다. 환매 자체가 없는데 현금을 왜 쌓아두냐는 것이다.

"돈에는 눈이 달렸고 비싼 곳에서 싼 곳으로 흐른다는 말을 믿습니다"

그는 지금은 시황을 볼 때가 아니라 기업을 탐방할 때고 시간이 지나면 루머의 진위가 확인될 것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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