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손' 금호, EB 활용의 속내

더벨 현상경 기자, 황은재 기자 | 2008.01.31 12:45

[대한통운 M&A/인수금융]①인수대금의 최대 26.7% 달해

이 기사는 01월31일(10:5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환사채(EB)를 활용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독특한 방법을 도입했다. 새로 발행될 대한통운 주식 2400만주 일부가 교환대상.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사, 연기금 등의 재무적투자자(FI)들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셈이다. 표면이율을 크게 낮춰 매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도 절감했다.

그러나 참여하는 금융회사들의 속내는 그리 편치 않다. 약 1년간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금호와 미리 약정을 맺은 탓에 발을 뺄 수는 없지만 발행조건, 교환가액, 금리조건 등이 썩 만족스럽지 못한 탓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 총 인수금액의 최대 26.7%를 EB를 발행해 조달할 예정이다. 법원에 낸 입찰제안서에 쓴대로 4조1040억원(주당 17만1000원)이 최종 인수가로 확정되면 1조957억원이 EB로 마련될 수 있다.

금호는 대한통운 신주가 발행되기 전 인수주체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사모사채를 발행하고 이후 대한통운 EB로 교환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만기는 5년이며 대한통운 주식과 바꿀 수 있는 시기는 3년후 부터다.


교환가액은 인수가액과 동일한 주당 17만1000원. 대우건설 발행EB 만기수익률이 9%, 아시아나항공 발행 EB이 9.5%이며 표면이자율은 2%다. EB를 인수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교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5년동안 현금지출은 연 2%의 표면이자뿐이다. 교환가액 재조정(리픽싱)이나 풋옵션조항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참여하겠다는 재무적투자자들도 상당수다. 농협과 국민은행이 각각 2000억원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500~1000억원 안팎의 인수의사를 밝혔다.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당시 5000억원을 투자했던 싱가포르계 투자회사 팬지아데카는 대한통운 딜에서도 5000억원 규모의 EB를 사들인다.

이밖에도 미래에셋증권(3000억원), 유진자산운용(1200억원), 동양종금증권(1000억원), 신영증권(1000억원)과 우정사업본부(2600억원), 사학연금(1000억원)등도 EB투자자로 나선다.

이들의 참여 희망금액만 모아도 2조원에 육박한다. 금호 측으로서는 투자자들을 골라가며 EB를 나눠줄 수 있다.

증권 및 운용사들은 대한통운 EB편입 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미래에셋증권은 두산그룹의 밥캣 인수(1억5000만달러)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통해 관련펀드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대한통운 EB투자자금을 펀드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호는 이미 작년 초부터 대한통운 인수를 준비하면서 3월 이전 인수금융 기본구조를 마련했다. 6월께부터 주요 투자자들을 일일이 찾아나서며 미리 인수금융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중공업 등 여타 후보군들보다 수개월 앞서 발빠르게 투자자들을 모집한 셈이다.

EB발행 스킴(scheme)은 금호가 UBS, 맥쿼리등에서 자문을 구하면서 막판에 도입된 아이디어다. 그리고 EB인수를 희망하는 재무적투자자들의 상당수는 다른 인수후보군과 접촉하기도 전에 "금호의 대한통운 인수금융에 참여하겠으며 만일 투자를 철회하더라도 다른 후보군들에게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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