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에서 나 살길, 고려인 살길 찾았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01.31 10:07

[쿨머니, 사회적벤처를 찾아서]<5-2>황광석 바리의 꿈 대표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 갑작스런 내리막은 또 다른 비상(飛上)을 위한 웅크림일 수도 있다.

한 때 최고의 기업인을 꿈 꿨던 황광석(46, 사진) 바리의꿈 대표는 실패를 통해 더욱 아름다운 길을 찾았다. 연해주 고려인을 돕는 사회적 기업가가 된 것이다.

"상사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목재 가공업체를 창업한 후엔 기술 특허도 내고 국내 몇 곳에 직접 자재를 납품해 돈도 꽤 벌었어요. 그런데 외환위기가 왔고 사업은 망해버렸죠."

그때 동북아평화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현동 동북아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이 '동북아시아 재외동포를 돕는 일에도 기업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를 끌었다.

황 대표는 당시 국내에 불고 있는 '청국장 열풍'에 주목했다. 야생콩 수확과 가공에 드는 비용도 따졌다. 1997년 이후 동평이 연해주 현지 고려인들과 구축해 온 네트워크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했다.

두 친구는 분업을 시작했다. 전 가족을 이끌고 연해주로 간 김 위원장은 가난한 고려인들에게 한국의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청국장을 생산했다. 황 대표는 국내에서 2005년말 '바리의꿈'을 설립해 고려인들이 만든 청국장을 가공해 판매했다.

"처음 고려인들은 바리의꿈 설립을 보고 '과연 성공할까'라며 매우 못 미더워했습니다. 이미 1990년대 중반 여주군청이나 새마을운동본부도 연해주 농업기지 구축을 목적으로 이 지역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돌아간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죠."


서너가구로 출발했던 고려인 농업 정착 프로젝트 참여가구 수는 이제 220호로 늘었다. 지난해엔 700헥타아르(ha.211만평)의 들판에서 200톤의 콩을 거뒀다.

"아직 바리의꿈은 친환경식품 가공업체로 갓 시작한 단계입니다만, 조만간 이 지역에도 생산-유통-판매가 모두 이뤄지는 공동체가 만들어질 겁니다. 이 날이 좀 더 빨리 오도록 다양한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황 대표는 청국장 설비 투자, 콩 재배지역을 늘리는 동시에 국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동북아시아 근·현대사 역사탐방 여행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이미 몇몇 중·고등학교로부터 이미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한다.

지난해말 바리의꿈은 쇼핑몰 '꽃피는아침마을'을 통해 '연해주 고려인 청국장'을 론칭해 청국장 여기까지 오는 데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머리에는 흰 서리가 내렸다. 그렇지만 앞으로 갈 길 역시 만만치 않게 험하고 멀다. '대외 동포 돕기', '국내인을 위한 친환경 먹거리 공급'라는 사회적 가치와 함께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수익을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에디슨이 1000번 전구 제작에 실패하면서도 '나는 실패한 게 아니라 전구가 만들어지지 않는 1000가지 길을 발견한 것'이라고 했어요. 저 역시 에디슨처럼 이리저리 부딪히며 '바리의꿈'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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