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경기 강원·자영업자 "불행"

배현정 기자 | 2008.02.11 10:24

[머니위크]한국인의 경제행복지수

은행원인 이모(32)씨는 설을 앞두고도 마음이 그리 밝지 않다. 주변 사람들이 은행원의 ‘고소득’을 부러워할 때면 속이 까맣게 탄다.

그에게는 비정규직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연봉은 정규직 은행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하다. 이씨는 “멋모르던 20대 시절에는 나이 서른이 넘으면 뭔가 화려한 미래가 기다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현실에 초라함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 자산, 학력은 모두 경제적 행복과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 713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경제적 행복지수(Economic Happiness Index)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대상이 된 국민들이 스스로 평가한 경제적 행복 수준은 39.9점(100 점 만점)으로 최소 0점에서 최대 100점까지 가능한 지수의 구조상 50점을 넘지 않아 전반적으로 낮았다. 여성은 41.4점으로 남성 38.2점보다는 약간 높았다.

우리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주 요인은 경제적 불평등(25.0점)과 경제적 불안(24.5점)이었다. 이는 사회 각 부문에서 목격되는 양극화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의 확산과 상시적 구조조정, 이에 따른 고용불안이 경제적 행복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팍팍해도 미래에 대해서는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앞으로 경제적으로 보다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는가'를 묻는 경제적 행복지수는 136점(200점 만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 연구를 맡은 이주량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우리 국민이 비록 현실은 경제적으로 행복하지 않지만 포기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경제적인 행복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의 정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 실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잘 살겠다는 의지는 우리 국민의 DNA 속에 충분히 녹아 있다”며 “이를 어떻게 발현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영남의 20대 미혼여성 공무원, 가장 행복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영남의 중소도시에 근무하는 대졸 이상의 20대 미혼여성 공무원이 꼽혔다.

전국을 서울권, 경기/강원권,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등 큰 카테고리로 나눠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영남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경제적으로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1인당 생산액이 높고 고용 또한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남권 다음으로는 서울권, 호남권, 충청권의 순이었고 경기/강원권이 가장 낮았다.

도시 규모별로는 중소도시지역에서 41.3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대도시 40.3점, 그리고 읍면지역에선 36.0점이 나왔다. 중소도시의 경우 경제적 기회가 적지 않으면서 집값과 생활비가 대도시에 비해 낮고 환경의 쾌적도가 높은 점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직업별로는 공무원이 46.5점으로 행복 지수가 높았다. 공무원은 경제적 안정성과 발전성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반해 자영업자는 가정주부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수익성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똑같이 44.0점을 기록했고 농림수산업 종사자들은 35.7점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고 40대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경제적 행복 지수는 20대가 48.4점으로 가장 높게 나왔고 다음으로 30대 42.2점, 40대 37.1점의 순서로 낮아지다가 50대 42.8점에 일시적으로 회복하지만 60대 33.5점으로 다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각 연령대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다르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 20대는 자기 수입이 생길 경우 구매력이 커지면서 소비를 통한 경제적 행복감을 느끼는 한편 상대적으로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나 자녀 교육비 또는 주택 구입 비용 등의 큰 지출로부터 오는 압력에서 자유로워 경제적 행복감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낮은 33.5점을 기록한 60대는 그만큼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 여부별로 보면 결혼과 경제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자들이 38.5점을 기록한 반면에 미혼자들은 47.0점을 기록하여 미혼자들이 훨씬 경제적 행복감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소득, 자산 그리고 학력에 경제적 행복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학력은 좋은 직업과 높은 소득, 그리고 그만큼 높은 안정성과 발전성을 의미하는 결과다.

◆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 해소가 행복 향상의 열쇠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와 비교하면 지금 두 배로 행복한가? 당연히 아니다.
소득은 두 배가 되었지만 물가상승률, 사교육비, 주거비용 등 삶의 질과 행복을 보장받기 위한 비용도 급상승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국민들이 현재의 삶의 질을 높여 행복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서민 체감 경기를 활성화하고 실생활 비용을 줄이는 등 수치가 아닌 생활밀착형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이번 조사를 통한 시사점과 과제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적 행복감이 불평등과 물가, 실업률 등의 경제적 불안 요소에 의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양극화는 서구의 경우에도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 시대에 겪었던 현상”이라며 “그러나 서구에선 완만하게 진행됐다면 우리는 불과 10년 사이 급격하게 이뤄져 사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양극화의 말단에 있는 경제적 약자 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교육 의료 등 경제 불평등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사회복지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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