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X들은 싸가지가 없어"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08.01.29 17:41

[일상속에서]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1. 장면 하나. 어느날 퇴근길 버스 안. 10분 정도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무렵이었다. 건장한 한 청년이 버스에 탔다. 마침 기자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내리면서 자리가 비자 그가 거기에 앉았다.

그는 이내 엉덩이를 의자 앞으로 쭉 빼고, 가랑이를 한껏 벌리고 앉아 곧 잠이 들었다. 당연히 그 옆 자리에 있던 기자는 꽤 불편해졌다. 내릴 때도 다 됐고 해서 굳이 시비하진 않았지만, 그의 무례한 행동거지가 영 마뜩찮았다.

2. 장면 둘. 이번엔 전철을 타고 퇴근하던 길이었다. 강남에서 볼 일을 보고 2호선을 타고 오다,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환승구에서 거쳐 승강장으로 올라갔지만 퇴근길 역사는 여전히 혼잡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나가다 어떤 젊은 여성이 메고 있던 쇼핑백을 가볍게 건드리게 됐다. "미안합니다"하며 지나치려는데 그 여성이 내뱉은 말이 기자를 뜨악하게 만들었다. "에이, x발". 술을 먹었을 시간도 아니고, 분명히 맨 정신에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쩔 도리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젊은 여성과 시비가 붙어봐야 아저씨인 기자만 창피해 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못 들은 걸로 하고 가던 길을 갈 밖에. '똥은 분명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3. 장면 셋. 아내와 함께 전철을 타고 오던 퇴근 길이었다. 아내는 임신6개월째 들어선 상태인지라, 마침 자리가 난 노약자석에 앉았다. 다음 정류장에서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타더니 아내 앞으로 왔다. 아내를 노려보며 "요즘 젊은 X들은 싸가지가 없어"하며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화가 난 기자가 제지하려하자, 아내는 기자의 손을 잡고 그냥 일어났다. 아내는 "그래봐야 시선만 끌고 창피하니, 시비할 것 없이 그냥 옆 칸으로 가자"고 했다. 정말 나이 든 노인도 아니면서도 만만한 임산부에게 함부로 구는 그 중년의 남성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4. 한국사회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이치의 옳고 그름이 아닌, 우격다짐으로만 그저 넘어가겠다는 모습인 셈. 다른 이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잘못된 습속이 오랫동안 방치된 채 흘러왔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성다움'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주장을 펴는 당찬 여성의 모습'과 그저 'x가지 없는 행동'을 분간하지 못한다. 아이때부터 '기가 죽는다'며 공공장소에서조차 함부로 뛰어다니는 것을 방치해두다보니 자연스레 생기게 된 행태인 듯도 하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다. 눈치를 보는 일은 결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너무 자연스런 행동이다.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들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그것이야말로 반사회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남의 눈치를 보며 살면 이 사회는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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