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미래의 아름다운 공존

박정수 연일아트 대표 | 2008.02.13 12:39

[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디지털아트

예술품이 하나 이어야 한다는 시대는 지났다. 멀티미디어 환경 속에서 디지털을 통한 예술품이 복제되고 있다. 디지털은 세상의 기본원리이자 과학 문명시대의 현장이다.

한국 태생으로 세계적인 예술가 반열에 오른 백남준 씨의 비디오아트 역시 텔레비전과 비디오, 컴퓨터를 조합한 현대적 예술품이다. 평면회화를 벗어난 설치예술가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현상을 직시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전자정보라고 하는 가상의 것이 세상을 움직인다. 전자정보가 미술에 수용된 지 20여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으나 이를 수용하는 예술가들이나 관람하는 시민들은 매우 급속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88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백남준 씨의 '다다익선(多多益善)'은 1003개(10월3일 개천절을 의미함)의 모니터로 구성되어 국립현대미술관의 로비에서 많은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번쩍 거리는 모니터에 나오는 각종의 이미지들은 소통과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컴퓨터가 인간세상을 관리하면서 무엇이든 예술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기계가 만들어 내는 것들까지 예술품으로 취급받는 시대가 올까 두렵다. 그러나 순수한 인력이 아닌 사회의 산물을 활용하여 예술품을 생산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마티스프(1869~1954)라는 화가는 직접 그리는 것이 힘들어지는 말년 무렵 가위를 붓의 대용으로 활용하고 물감 대신 색종이를 오려서 회화를 완성하는 꼴라주 기법을 사용하였다.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붙여서 그리는 예술이다.

프랑스의 마르셀 뒤샹(1887~1968)이라는 사람은 산업사회의 폐기물인 남성의 변기를 ‘샘’이라는 제목으로 전시장에 설치하였다. 못쓰게 된 변기를 예술품이라고 한 것을 보면 현실의 모든 것이 예술창작의 재료가 되는 것 같다. 세상이 변하면 예술의 재료와 내용도 변하여야 한다.


현재에 이르러 미술투자의 관점에서 이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보관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다. 디지털 아트 자체가 소수의 감상자가 아닌 대중적이며 포괄적 감상이 주이기 때문에 개인이 소장한다는 의미는 디지털아트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아트의 소재와 표현 형식이 다양화 되면서 설치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 이외에도 평면으로 표현되는 작품들이 아주 많다. 입체적이지만 소형으로 제작되어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들 역시 주변에 산재해 있다. 다만 발품이 필요할 뿐이다.

디지털아트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작품과 관객이 공존한다는 것에 있다. 미디어를 통해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라고 한다. 최문희 김종보의 설치작품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한지 위에 컴퓨터 분사기를 통해 색채를 뿌린다. 이것은 현재가 가진 문명을 생각하는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시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디지털 아트이다.

최문희.김종보, crescent, 70X43cm, Interactive Media Art
최문희.김종보, crescent, 70X43cm, Interactive Media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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