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前 총장 "투자부진...향후 경제성장 의문"

부산=최종일 기자 | 2008.01.29 16:58

(상보)"지속 성장위해 교육이 중요".."영어 몰입수업은 말도 안되는 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한국경제는 지난 40년 동안 급성장 했지만 앞으로 계속 성장할지, 지속가능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부산 센텀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중고교 사회과 교사 대상 강연에서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지난 5년 이상 동안 투자가 너무 부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투자 부진의 이유에 대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다른 사정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경우, "세계 시장 속에서 경쟁하려면 첨단 기술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고급인력이 부족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해외의 중급 기술을 가져가다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투자할 돈이 없다"면서 "은행이 투자계획을 읽을 수 없어 주택담보대출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금융권을 비판했다.

정 전 총장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도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가 분배중심 정책을 쓴 것 같지만 실상 재벌은 더 커진 것 같다'며 정책 방향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며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커서 투자를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십여년 전에는 과잉 투자, 과잉 시설로 인해 우리가 외환 위기까지 맞게 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은행은 융자를 너무 신중하게 하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밖에 없다"면서 인재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다양성을 높여야 하며, 창의적 교육과 경쟁체제 등을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인수위가 최근 밝혔던 영어 몰입수업을 맹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책을 들여다보면 영어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면서 "몰입식 교육이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어시간을 영어로 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한국인이 가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 후 "한국사람들이 영어로 가르치면 한국식 영어에 길들여진다. 국어, 수학까지도 영어로 가르친다는 것은 어느나라 식민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냐"며 맹비난했다.

정 전 총장은 "(영어를)못하는 것보다는 잘 하는 게 낫겠지만, 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울의 어느 대학도 스페인어를 영어로 강의하려고 한다는데, 참 안타깝다"고 밝힌 후 "올해는 몇 퍼센트를, 내년에는 몇 퍼센트를 영어로 가르치겠다고 하는 건 '고지탈환식' 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총장은 "우리나라에는 교육실험이 과잉돼 있는 것 같은데 이번 몰입교육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본다"면서 "인수위가 몰입수입을 여론이 비등하니까 철회키로 한 것 같은데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사고의 도구가 언어이기 때문에 국어가 무척 중요하다"면서 "사고가 모여 사상이 되고, 사상이 모여 문화가 되는 것"이라고 모국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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