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관계..함께 걷기부터 시작해요”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8.01.30 10:39

[쿨머니, 행복공식 다시쓰기]<4-2>박봉희 의료생협연대 사무총장의 '건강비법'

인천의 한 여성은 결혼 후 10년째 대퇴골 골절로 누운 시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고 있다. 신혼의 재미도 느껴볼 틈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10년 동안 그의 젊음이 흘러갔다.

박봉희 의료생협연대 사무총장(사진)은 “건강은 관계”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공동체와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가 건강을 이룬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한 마을이 필요하다.

“좋은 이웃, 좋은 환경은 한 사람의 건강을 돕습니다. 반대로 관계, 즉 공동체를 잃은 사람은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을 잃을 수 있어요.”

한국 사회에서 한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동체’는 가족이다. 평범한 집안에 뇌경색 등 큰 병에 걸린 노인이 있으면, 가계가 파탄이 난다. 가족 중 누군가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병수발을 들거나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간 갈등도 생긴다.

“장애아동을 20여년 넘게 돌보던 어떤 부모는 우울증에 걸렸어요. 우울증이 있으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죠. 또, 장애아동이 어른이 되면 부모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오기도 해요. 가족 공동체로만 건강의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워요.”

좀더 큰 공동체가 있으면 이러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건강을 중심으로 모인 대표적인 공동체가 의료생협이다. 국내 12개의 의료생협은 노인 수발을 필요로 하는 가족을 위해 자원봉사자나 정부의 보조를 받는 간병인을 보낸다.

여기서 원칙은 ‘호혜’다. 자원봉사를 한 조합원은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조합원으로부터 먼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천, 안성 의료생협은 다른 이를 위해 봉사한 조합원에게 자원봉사 점수를 주어 의료진료, 간병서비스가 필요할 때 쓰게 한다. 대전 의료생협은 아예 자원봉사 점수를 ‘건강화폐’로 만드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생협이 없는 지역에서는 어찌 해야 할까? 의료생협 없이 공동체를,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박 총장은 “먼저 걸어라”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걷기는 건강에 좋다. 걸으면 혈압이 내려가고 콜레스테롤과 인슐린 수치가 낮아진다. 심장마비 발생위험은 50%가 떨어진다.

걷기는 내 몸과의 대화다. 지난해 7월 보라매공원 걷기 소모임을 만들어 걷고 있는 박 총장은 “걸으면 나 자신을 탐색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걸을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해요. 40여년 동안 그렇게 산 것이죠. 앞서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 있는 사람, 씩씩하고 힘 있게 걷는 사람 등등 제각각이에요. 기우뚱하지만, 열심인 사람은 애씀의 기운이 느껴지지요.”


그냥 걷기 심심하다면 ‘마을지도’를 만들어보자. 걸으면서 우리 마을의 노인회관 등 사회복지기관, 거기까지 내 보폭으로는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해 나만의 마을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마을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걷다보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생긴다. 가족, 친구와 함께 걸으면서 서로의 정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걷기 소모임 활동을 하다가 마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는 카메라로 찍어 시청에 건의한 시민들도 있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고쳐나가다 보면 우리 마을이 살기 좋아지는 것이죠.”

‘알면 아끼게 되고, 아끼면 지키게 된다’는 말이 있다. 건강도, 관계도 그러하다. 내 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는 마을을 알기 위해 '함께 걷기'부터 시작해보자.

당신의 행복지수는?

◇걷기의 효과 (자료 : 평화의료생협 '마을을 걷는 즐거움'에서 재정리)
△1주일에 20시간 이상 걸으면 뇌졸중 발생가능성은 40% 낮아진다.
△하루 30분의 걷기는 당뇨병을 예방한다.
△20대에 규칙적으로 걸었던 여성은 70대에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30% 이상 낮아진다.
△매일 45분씩 걷는 여성은 감기나 폐렴에 걸릴 확률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규칙적인 걷기는 복부 지방량과 인슐린 수치를 감소시켜 암 발생 위험을 줄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요통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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