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번호이동' 한계는 없나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 2008.01.30 13:42

[집전화의 반란(중)] 번호이동 기술방식과 범위, 접속료 등 과제

인터넷전화(VoIP)가 집전화의 주류로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쓰던 집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로 이동할 수 있는 '번호이동제'가 오는 4월부터 본격 도입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에 '070' 착신번호가 부여된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화 시장은 좀체로 열리지 않았다. 인터넷전화의 착신번호 '070'이 스팸전화의 대표번호인 '060'과 혼동을 일으켜 스팸으로 오인받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나 오는 4월부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시작되면, '070'으로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쓰던 집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로 바꿀 수 있다. 인터넷전화 번호가 '070'으로 시작되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스팸전화로 오해받지 않아도 될뿐더러, 전화요금을 조금 더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지난해 12월부터 부산과 광주, 대전, 대구, 안산, 청주 등 6개 지역에서 시범서비스중이다. 정통부는 시범서비스가 끝난 4월부터 번호이동제가 본격 가동될 수 있도록 현재 인터넷전화업체들과 함께 관련 고시와 운영지침을 마련중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화업체들은 '번호이동제' 도입을 계기로 인터넷전화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시행을 불과 2개월여 앞둔 지금도 번호이동 기술방식이나 번호이동 범위, 접속료 산정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아, 자칫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주요 쟁점사항
◇왜 '非지능망 방식'을 결정했을까

현재 결정된 번호이동 방식은 '비(非)지능망 방식'이다. 사업자 합의에 따라 이 방식이 결정됐지만, 이 방식으론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번호이동이 활발한지 못한지의 여부는 번호이동 기술방식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호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동전화는 현재 지능망 방식을 사용중이고, 가뭄에 콩나듯 번호이동이 되고 있는 시내전화는 비지능망 방식을 사용중이다.

번호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면, 지능망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KT 등 기간통신사의 구형교환기를 교환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 사업자들은 일단 기존 시스템상으로 가능한 비지능망 방식으로 합의를 본 상황이다.

예컨대 비지능망 방식은 KT의 시내전화 사용자가 특정 인터넷전화업체로 번호이동을 했을 경우 그 번호로 전화가 오면 KT가 착신전환하는 것처럼 그 전화를 인터넷전화업체로 연결시켜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번호이동 가입자의 통화는 기존 사업자의 망을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달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기존 사업자는 자사망을 경유한 대가를 요구할 경우 사업자간 갈등도 일어날 수 있다.

삼성네트웍스 등 별정 인터넷전화사업자들은 이에 따라 정통부에 비지능망방식으로 번호이동을 시작하되 지능망방식으로의 전환일정을 명확히 제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간사업자들의 반발 등으로 문제해결이 간단치 않다.

◇통화권 벗어난 번호이동, 번호 바뀐다?


통화권 문제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정통부는 기존 번호체계 및 요금부과의 혼란 등을 방지하기 위해 144개 시내전화 통화권을 넘어가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경우, 기존 일반전화 번호를 그대로 쓰지 못하는 대신 해당지역의 일반전화 번호를 부여할 예정이다.

이는 02로 시작하는 서울지역번호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부산으로 이사를 가서도 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일단 기존 시내전화 번호체계에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이용자에게 같은 동네에 사는 부산 친구가 전화를 할 경우 현 체계에서는 전화가 서울까지 시외망을 경유해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이 경우 어떤 요금을 부과해야 할지도 논란이 된다.

별정 인터넷사업자들은 144개 시내전화 통화권은 번호이동 범위가 너무 제한적인 만큼 16개 번호권으로 기준을 삼자고 주장하지만, 이럴 경우도 과금 등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KT 등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같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한계는 현재 시내외 통화료가 다른 일반전화 요금체계가 단일화될때까지는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망접속료 문제도 재정비돼야

인터넷전화 접속료에 관한 문제도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접속료 문제는 사업자끼리 '돈'을 주고받는 문제기 때문에 정통부도 쉽게 중재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전화 접속료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이통사와 기간 인터넷전화 사업자간 접속료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이냐. 또, 현재 기간통신사업자간만 정산하는 접속료를 대형 별정 인터넷전화 사업자에도 줄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정규모 이상 가입자를 갖고 있음에도 접속료 한푼을 못받았던 삼성네트웍스같은 대형 별정 인터넷사업자들은 번호이동제가 도입될 경우 자신들도 접속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통부가 기간 및 별정 인터넷전화사업자간 얽혀있는 이해관계 조정을 통해 마련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시장의 기대와 같은 폭발력을 발휘하긴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음성, 데이터, 방송 등 별개의 망들이 인터넷망으로 통합되는 all-IP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도입되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는 기존 일반전화에서 인터넷전화로의 집전화 '세대교체'를 촉진하는 기폭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인터넷전화업체 관계자는 "일단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도입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결정된 번호이동 방식이라면 개통하는데 6~8일씩 걸리는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만큼 인터넷전화 활성화 차원에서 향후 드러나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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