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부작용도 효과만큼 빠르다'

이규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 2008.02.04 13:35

[(국민에) 다가가는 심평원]

"주사한데 맞으면 몸살감기가 곧 나을 텐데, 이번에 주사를 안 맞았더니 오래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된다.

관절이 아플 때에도 주사 한 대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지러울 때에는 영양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병원에서 주사 한대 맞으면 모든 증상이 씻은 듯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있다.

약물이 필요해서 몸에 투여할 때에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다. 외부로부터 영양 성분을 몸에 넣는 것이 필요해서 신이 만들어 놓은 우리의 기능이 '먹는 일'과 '쉬는 일'이다. 영양 성분이 아닌 약을 몸에 넣어야 할 때에도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적절하게 농도를 유지하는 가장 쉽고도 편한 방법은 '먹는' 행위로 하는 것이 기본적이다.

그렇다면 왜 인류는 먹을 수 있는 약을 주사로 만들었을까? 사람의 병을 낫게 하는 '약'을 만들어내다 보니, 가끔은 아무리 먹어도 효과가 없는 약들을 발견했다. 성분이 비슷비슷해도 장에서 흡수를 못하는 물질이 있다. 그것은 인체에 바늘을 찔러 넣어서 다른 경로로 집어넣어야 했다.

수술을 하거나 어떤 병으로 인해 무언가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다. 가끔은 먹을 수도 있고 먹는 약이 있기도 한데 주사를 놓을 때도 있다. 환자 상태가 너무나 위중해서 주사로 주지 않으면 안 될 때다.

인체에 바늘을 찔러서 약품을 넣는 경로도 여러 가지다. 핏줄을 찾아서 직접 넣는 방법이 정맥주사다. 근육에 바늘을 찔러 넣고 약품을 근육에 넣어 놓으면 흡수가 되기도 한다. 이게 바로 엉덩이 주사이다.

주사를 맞았을 때에 큰 장점은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진통제를 정맥주사로 투여한다면, 입으로 먹었을 때에 비해서 그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는 극적으로 빨라진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이 가장 무서운 점이기도 하다. 모든 약이라는 것이 인체에 좋은 효과와 함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약을 주사제로 투여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그 부작용도 너무나 빠르게 나타나서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정맥주사로 약을 몸에 넣으면 곧바로 전신에 약이 퍼지면서 약의 효과도 빨리 나타나지만,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에도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나타난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다.

또, 바늘로 몸을 찔러서 약을 주입하다 보면, 크든 작든 조직에 손상이 간다. 약이 몸에 좋은 일도 하지만, 화학 성분이 직접 몸에 들어가다 보면 그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복해서 같은 부위에 주사를 맞으면 근육이 위축되거나 신경이 손상되기도 한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더러운 바늘로 해서 균이 함께 들어가기도 한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비용이다. 대부분의 주사제들은 같은 성분을 먹는 약으로 먹을 때에 비해서 비용이 작게는 2-3배에서 10-20배까지 많이 들어간다.

대부분의 의료선진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형태의 주사행위는 거의 없고 외래 환자 진료는 대부분 먹거나 흡입 또는 피부에 바르는 약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우리나라 병원과 의원들이 주사제를 얼마나 쓰는가 하는 것을 평가해서 결과를 공개하고 홈페이지에 띄워놓았다. 심평원 홈페이지 www.hira.or.kr 에서 국민서비스 중 「병원정보」를 클릭한다. 「병원진료정보」 중 「진료정보검색」을 클릭하면 검색화면이 나온다. 감기에 항생제를 얼마나 쓰는가를 봤던 것처럼 주사제를 얼마나 많이 쓰는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주사제를 덜 쓸 수 있도록, 주사로 빨리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들이 ‘주사는 필요 없습니다’ 할 때 그 말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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