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를 안시키는 이유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 2008.01.25 11:48

[오늘의포인트]외국계 줄기차게 낙관론 제시…팩트만 믿어야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증시 사안에 대한 의견을 말할 때마다 `익명 처리'를 요구한다. 일부 관계자들은 "기사에 이름이 나가면 회사에서 짤린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다. 내부 감독규정이 워낙 강하다보니 '특정사안'에 대해 실명이 공개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이 정도 견해 피력이 과연 컨플라이언스 규정에 걸리기나 하는걸까" 의아스러운 대목에서도 여지없이 `익명 처리'를 부탁한다.

그런 외국계증권사들이 요즘 들어서는 대놓고 '한국증시 전고점 돌파'를 얘기한다.
리먼브러더스는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증시가가 올해안에 코스피지수 2000을 돌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빼놓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기자감담회을 갖고 "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2200∼2300까지 오를 것"이라며 "작금의 외국인 매도세는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매도, 드러난 팩트만 믿어라

그러나 이러한 외국계 증권사의 `낙관론'은 `액면 그대로를 믿지 않으려는' 기자의 본성을 자극한다. 그들 스스로가 `셀 코리아'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외국인 매도가 과도하다는 분석을 믿으라는 말인가.

주식투자에 심리학적 측면을 강조한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단골식당에서 주인이 `오늘의 요리'를 추천하면 절대 그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방에 아직 남아있는 5인분의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작전이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는 "증권사나 은행이 계속해서 대중들에게 주식 매수를 권고하는 것은 자신들의 재고창고를 정리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직함을 가장한 너희들은 모든 사기꾼들 중에서도 가장 악질들이다"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다.

물론 코스톨라니의 충고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리증시에 딱 들어맞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번쯤 외국계 증권사의 고견을 정반대로 해석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불과 며칠전만해도 하루에 1조원씩 한국주식을 내다팔지 않았는가. 그들은 왜 전고점을 돌파해서 2300까지 뻗어갈 한국주식을 그처럼 강력하게 내다 팔았다는 말인가.

25일 오전 11시40분 현재 외국인들은 314억원 순매수로 지금까지의 순매도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단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지수 폭락의 주범이었던, 우리증시 시가총액의 32%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팔자'를 멈췄다.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순매수 금액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매도 공세를 한결 늦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반등이 끝난 뒤 외국인들이 또다시 어떤 포지션을 취하며 우리증시의 위협요인이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보다는 `현실로 드러난 상황'만을 믿어야 한다.

◇"펀드환매 없다?" 지나친 낙관은 금물

`펀드런(Fund Run)'으로 불리는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전망도 한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펀드런이 없을까하는 문제다. 그러나 일선 지점과 주요 증권사 영업부에서는 고객들의 환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엄연할 현실이다.

한 증권사 영업부 관계자는 "지수 1700대 이상에서 들어와서 손실이 난 투자자들은 물론 지수 1400에 들어와서 수익을 난 사람들조차 현재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으로 펀드 환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코스피지수가 1750∼1800선까지 회복해준다면 "일단 환매하겠다"는 거치식 투자자들이 부지기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26일 오전 11시4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1688.48로 전일대비 1.53% 오르고 있다. 사흘째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반등이 지나간 뒤 외국인 매매와 펀드 환매가 어떤 양상을 보이며 증시에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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