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불현듯 회사일이 하기 싫다면

김미영 엔터웨이파트너스 이사 | 2008.01.25 12:21

[경력관리 A to Z]잠시 쉬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나 그만두면 먹고 살데 있을까? 아까운 인생 좀 잘 살고 싶은데.. 재미없는 일에 열정도 식었고 어정쩡하게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몹시 불안해.. 나이제한 없어졌다는데 교사임용시험은 어떨까? 유학은 어떨까? 회사 그만두고 1년 정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놀고 싶기도 한데 말이야. 막상 그만두려니 겁나고 아무 대책이 없네.. 어쩌면 좋지?”
 
오랜 친구 M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이 친구는 소위 말하는 핵심인력이다. 좋은 학벌에 대기업 공채로 당당히 입사해 결혼도 미루고 일에만 올인해서 인정받으며 지금은 시니어급 간부로 확고히 자리를 굳힌 친구다.

`골드 미스'(주1)에 `글루미족'(주2)인 이 친구.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된지 14년이 넘었건만 이런 푸념을 하면서 징징거린 지 한 3년쯤 되나 보다. 지리멸렬한 직장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쳤나 보다.

난 요즘 친구 M에게 직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배터리족'(battery族)에 합류하라고 권하고 있다. 배터리족이란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재충전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전문영역에서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아왔고 가족의 생계유지 부담이 덜한 30대 초중반 여성들이라면 재충전의 기회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 패션회사 기획팀에서 근무하던 김모 대리는 공부에 대한 갈증을 떨치지 못해 대리 승진 후 2년 차에 파리행을 감행, 럭셔리 브랜드 분야에서 MBA를 이수하고 귀국해 국내 패션 대기업에 과장급으로 스카우트되었다. 기존 경력은 물론이고 공부를 하기 위한 전후 공백기간까지 다 경력으로 인정 받아 몸값을 높인 셈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모 특허법인에서 특허전문가로 일하고 있던 최모 사원도 회사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준비해 변호사 자격증을 땄고 법대에 편입해 올 하반기 졸업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
 
모 호텔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던 이모 과장은 결혼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고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1년여 동안 심한 의욕 상실에 시달리다 사표를 던지고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한번 퇴직하면 영원히 복귀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은 있었지만 재충전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중소규모지만 모 화장품회사의 마케팅 임원급을 거쳐 글로벌 코스메틱회사의 대표이사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이전 직장에 비해 직급도 높고 월급도 올랐으니 성공한 셈이다.
 
대기업 법무팀장 권한 대행이던 K과장도 법조계 출신 팀장이 온 이후 조직에 대한 비전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미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갔다. 그 동안 바빠서 미뤄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한층 차분하게 30대 후반의 인생설계를 할 시간을 확보했고 얼마 전 국내 유수 기업의 법무팀장 자리로 가게 되었다.
 
이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배터리족이 되려면 해당업무의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35세가 넘은 인력을 찾는 기업은 전문성에 주목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몸담은 분야의 지식을 연마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해야만 길이 보일 것이다.

가장인 남자들은 재충전을 위해 사표를 내는 일이 위험할 수 있지만 인력 채용이 유연한 분야의 전문직 여성들이라면 상대적으로 재충전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충전을 통한 재도약이라는 관점에서 성공한 배터리 족이 되려면 무엇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수이다.
 
*주1 :골드미스란 연봉 4000이상, 자신명의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7000~8000정도의 자산을 가진 경제력이 풍부하고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30대 독신여성들을 말한다.

*주2 : 글루미족이란 일부러 쓸쓸해지려는 사람들, 쓸쓸함을 세련되게 즐기는 사람들, 즉 혼자 잘 노는 사람들 정도로 풀이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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