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유출' 삼성중공업 무한배상 가능성은?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8.01.25 11:22

33억이냐 수조대냐.. '회사 측 무모한 행위' 입증 여부에 달려

충남 태안 앞바다 유조선 기름유출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첫 공판이 25일 오후 3시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이상우 판사 심리로 열린다.

검찰이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와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선장 등 5명과 선주 회사 법인 2곳을 기소하면서 밝힌 사고 경위가 법정에서 사실로 확인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피해에 대한 '무한 책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삼성중공업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 여부는 이번 형사 재판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왜 '업무상 과실' 적용했나 = 검찰은 지난 21일 예인선 선장 조모씨 등 5명을 업무상과실 선박파괴와 해상오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일부에서 검찰이 '중과실 선박파괴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고 있지만, 검찰은 선장 등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저지른 과실이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죄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중과실'은 승객이나 행인 등이 선박을 파괴했을 때만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업무상과실'이나 '중과실'의 법정형은 3년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같다.

검찰은 삼성중공업 법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지만 운행 강행 지시는 없었으며, 통화 내역 등 사고 당시 선장과 회사 사이에 보고나 지시가 오간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 법인에 대해서는 '종업원이 업무를 위반한 특정 행위를 할 때 그 행위자를 벌하는 것 외에 법인도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해양오염방지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기소했다.

따라서 공판에서 삼성중공업 법인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이 이번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삼성중공업 얼마나 배상해야 하나 = 기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삼성중공업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이번 형사재판과 별개로 민사 재판을 통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일단 예인선과 부선의 임차인 또는 용선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법 769조에 따라 유한 책임을 진다. 배상액은 같은 법 770조에 규정된 바에 따라 33억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고가 '선박 소유자가 손해 발생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발생한' 경우이다. 이에 해당된다면 삼성중공업은 과실 비율에 따라 무한 책임을 지게 된다.

따라서 향후 제기될 민사 재판 과정에서 이같은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미필적 고의' '중과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지만, '중과실보다는 고의에 더 가깝거나, 고의에 준하는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대법원도 판례도 '선박소유자 본인의 고의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선장 등에게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박 소유자에게 무한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가 삼성중공업 측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피해를 보상하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법정 공방 치열할 듯 = 그러나 피해자 측은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어도 선주 측 책임을 인정한 외국 판례를 제시하며 삼성중공업의 무한배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해 기름피해 법률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박경신(고려대 교수) 소장은 "엑슨발데즈호 사고 재판에서도 회사가 선장에게 지시를 내린 사실은 없었지만 불성실한 사람을 고용한 자체가 회사의 과실로 인정돼 '무한 책임 제한' 주장이 깨졌다"며 "그밖에 유사한 다수의 외국 판례가 있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의 무한책임도 민사소송을 통해 입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우리 판례는 법인의 경우 행위의 최종 결정권자가 판단한 상황이면 그 행위를 법인 자신의 행위로 보고 있다"며 "풍랑과 악천우 상황에서 항로 변경 최종 결정권자가 선장이라면, 삼성중공업의 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또 이같은 법리적인 판단에 앞서 회사 측의 지시 여부와 예인선단의 출항 피항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조선·기금 3000억원 先배상 = 유조선 기름유출 피해는 유류오염손해배상법상에 따라 1차적으로 선주 또는 보험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경우 역시 '선박 소유자 자신의 고의로 발생한 경우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허베이스피리트 호의 배상 금액은 1360억여원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허베이스피리트 선주 회사 측은 1300억원 이내로 책임 범위가 제한된다며 법원에 '책임제한절차 개시신청’을 했다.

선주 또는 보험회사에 의해 보상되지 않는 피해는 국제유류기금(IOPC)이 보상을 하게 되며, 그 금액은 유조선 측이 책임을 지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인 약 1590억여원으로 예상된다.

일단 유조선 회사와 국제기금이 선 손해배상을 한 뒤 삼성중공업에 구상금을 청구하겠지만, 이때도 삼성중공업은 책임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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