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같은 선율, 금난새에 열광하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8.01.24 18:43

'머니투데이 신년음악회' 2500여 관객 몰려 대성황

↑ 금난새& 유라시안 필과 함께하는 머니투데이 신년음악회가 2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은 갑자기 닥친 한파에도 불구하고 2500여 객석이 꽉차는 대성황이었다. ⓒ 임성균 기자

주말도 아닌 평일, 수요일 저녁이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추위로 한파주의보까지 내렸다. 차도 장난아니게 막혔다고 한다. 그런데도 2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500좌석은 합창석 일부를 제외하고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이 대성황이었다. 금난새& 유라시안 필하모닉과 함께 하는 '2008 머니투데이 신년음악회'는 영하10도의 추위를 무색케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이날 공연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대중들도 쉽게 느끼고 접할수있는 아름다운 곡으로 채워졌다. 심금을 울리는 클래식 기타의 진수인 로드리고 '아랑훼즈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3개의 교향곡중 가장 사랑받는 교향곡 2번이 연주됐다.

↑ '기타의 시인' 안데스 오엔이 유라시안 필과 함께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을 연주했다. ⓒ 임성균 기자

◇클래식 기타의 진수를 맛보다= '기타의 시인' 안데스 오엔의 감미롭고 영롱한 기타 선율이 가슴을 파고든다. 아름다운 손놀림이 눈을 뗄 수없게 만든다. 스페인 출신 맹인 작곡가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아련하고도 환상적인 선율에 객석은 숨조차 제대로 쉴수 없었다.

이날 협연자로 나선 오엔은 때론 강하게 때로 꿈꾸듯 부드럽게 자유자재로 오케스트라와 조응하며 클래식 기타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오엔은 12세에 기타 연주를 시작, 2003년 스칸디나비아인으로는 최초로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고비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는등 수많은 국제 음악제에서 상을 받은 세계적 기타리스트다.

공연을 본 관객은 "클래식 기타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 또 다른 느낌의 선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의 환상적인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의 문을 연 첫 곡 '솔레르(1754~1806) 오페라<희귀한 일>서곡'은 국내에서 지금까지 딱 한번 밖에 연주된 적이 없는, CD도 찾을 수 없는 말 그대로 '희귀한 곡'이다. 부드러운 바이올린 선율과 빠르게 전환되는 음조는 웅장함까지 더해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안겨줬다.
↑'아랑훼즈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는 안데스 오엔과 금난새. 꿈결같은 선율이 관객을 매혹시켰다. ⓒ 임성균 기자


◇새로운 음악적 환상을 만나다=1부에서 새로운 음악세계를 경험한 관객들은 2부에서 교향곡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적 환상을 만끽했다.

연주시간만 1시간에 이르는 라흐마니노프(1873~1943) 교향곡 2번 e단조, 지휘자 금난새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동작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완성도높은 연주를 보여줬다.


바이올린의 섬세한 선율과 호른의 폭넓은 음색이 조화를 이룬 1악장 라르고-알레그로 모데라토로 시작, 스케프초풍의 2악장 알레그로 몰토의 경쾌함을 거쳐, 가장 사랑받는 3악장 아다지오에 이르자 객석은 숨을 죽이며 연주에 빠져들었다. 낭만적이고 꿈결같은 바이올린의 선율, 클라리넷의 맑고 청명한 음색, 낭랑한 오보에의 독주... 슬프고도 아름다운 음악이 가슴을 울렸다

마지막 4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금난새가 웅장하고 화려한 클라이막스로 오케스트라를 휘몰아가며 피날레를 장식하자 객석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호를 보내며 '브라보, 앙코르'를 연호했다. 금난새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중 제9변주 Nimrod를 앙코르곡으로 선택, 객석의 열광에 화답했다.

↑지휘자 금난새는 이날 공연이 끝나고 팬사인회를 열었다. 수백명의 관객이 늦은 시간에도 줄지어 그를 기다렸다. ⓒ 임성균 기자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과 만나는 즐거움도 컷지만 사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연주가 모두 끝난 마지막에 연출됐다. 여러번 유라시안 필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을 언급했던 금난새는 이례적으로 오케스트라가 모두 퇴장할때까지 무대를 지키는 파격을 보였다.

쉽지않은 장시간의 대곡을 연주한 오케스트라에 대한 만족과 정부지원 하나 없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군분투하는 그들에 대한 고마움, 대견함 때문이었을까?

앙코르가 끝난후에도 계속되는 박수와 환호속에 연주자들을 모두 보내고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나는 'ceo지휘자'의 모습은 금난새가 왜 남다른 지휘자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파격과 남다른 발상으로 오늘의 유라시안 필을 만들어낸 금난새는 이날 공연에서도 또하나의 파격을 선보였는데 콘트라베이스 주자로 경희대생을 참여시킨 것.

금난새는 이날 공연을 마치고 팬사인회도 가졌다. 공연의 감동을 잊을 수 없었던 수백명의 관객들은 줄지어 금난새를 기다리며 연신 디카를 눌러댔다.

금난새의 사인을 받고 기뻐한 한 관객은 "유라시안필하모닉의 교향곡을 듣는 동안 하늘을 나는 느낌이었다"며 "순간 순간 들었던 음악이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그가 왜 대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지휘자인지 그것을 확인 해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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